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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인사업자 장감독 Oct 24. 2022

코로나, 1년만의 퇴사

천재지변에 부딪힌 성장

새로운 직장인 폴인에서 정신없이 일하며 감을 잡아가는데 약 3개월이 걸렸다. 리더부터 밑에 사원들까지 모두 일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던 회사에서, 압박감을 견뎌내며 최대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내가 맡은 프로젝트인 스터디의 새로운 기수를 2020년 3월에 맞이하게 되었다. 


머리와 몸으로 선배들에게 열심히 배운 것들과 현장에서 습득한 나만의 노하우를 녹여내 고객들을 맞이하려는 순간, 갑자기 그 녀석이 찾아왔다.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내가 진행하는 스터디는 오프라인에서 비즈니스 트렌드를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진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당시엔 코로나가 처음으로 퍼지던 시기라서 정부의 방역정책은 시시각각 바뀌며 다음을 예측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변화하는 정책에 따라 스터디 고객들에게도 모임 운영 정책을 계속 다르게 안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결국, 오프라인 스터디는 거의 잠정 중단이 되어버렸고, 온라인 운영으로 진행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이럴수가... 드디어 내가 주도적으로 맡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이렇게 물거품이 되다니...'


혼란스러웠다. 오프라인 모임을 운영하기 위해 채용되었는데, 이제 어떡하지?


이 때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바로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 줌(zoom)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나도 변화해야했다.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오프라인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온라인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술부터 배워야했다. 줌과 유튜브 라이브를 미친듯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줌에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 회의와 세미나에는 어떤식으로 장비를 세팅하고 운영하면 좋은지, 유튜브를 활용한 행사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모두 독학으로 공부하고, 실제로 행사를 운영해보며 피드백을 바탕으로 실력을 키워갔다.


처음에는 방송 사고가 꽤 자주 났다. 줌에서 컴퓨터 오디오를 어떻게 재생하는지 몰라서 하울링이 일어나기도 하고,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온라인 라이브 행사에 대해 상당한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게 되었다. 전공도 신문방송이었기에, 카메라 장비를 다루는 기술도 빠르게 습득이 가능했다.


어느덧 나는 1인분도 못하던 커뮤니티 매니저에서, 폴인의 모든 온라인 행사(스터디, 세미나, 컨퍼런스)의 핵심 인력이 되었다. 이 때 팀장님을 비롯한 리더들이 나를 '장감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나중에는 스터디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했는데, 현장에 온 스터디 멤버와 연사들이 내게 온라인 행사의 노하우를 자주 물어보셨다. 이 때 알았다. 이건 나만의 독창적인 기술이 될 수 있겠구나.


그렇게 폴인에서의 1년이 지났다.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폴인의 커뮤니티매니저로 더 지내보는 것, 퇴사해 나만의 일을 해보는 것.


꽤 많은 고민이 됐지만, 당시 팀장님은 직설적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여기 있어도 좋겠지만... 나는 제이미(폴인에서 불리던 영어 이름)가 나가서 달려보면 좋겠어요. 제이미만의 일을 해요. 그럼 훨씬 더 성장할 것 같아요.'


어쨌든 나가라는 말에 안 서운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팀장님의 말이 맞았다.

나는 폴인에서의 1년을 내게 가장 큰 레버리지로 삼겠다고 생각하며 퇴사했고, 그 선택 역시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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