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든 이직 경험
10년간 지낸 서울을 떠나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만든 청년공간의 매니저로 일한지 약 1년쯤 됐을 때였다.
해당 공간은 모 백화점 외부의 광장에 딸려있는 공간이었고,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시설이 노후되어 손을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해당 공간은 시의 결정으로 약 3개월 간의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공간은 휴업에 들어가고, 공간 매니저인 나는 출퇴근을 할 곳이 없어진다. 자연스레 할 일도 없어진다. 물론 일이야 어떤식으로든 찾아서 할 수 있었겠지만(청년정책 관련 사업을 기획한다던지, 데이터를 정리한다던지).
그래서 공간 운영자금을 부담하던 시에서는 내게 월급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공간 운영을 쉬어가기때문에, 내 월급도 쉬어가는 것이었다.
시의 입장이 납득이 가면서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조금 억울한 면도 있었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청년공간이 시에 얼마나 필요한 곳인지 어필했고, 그 결과 공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건데. 청년정책 관련된 일이라던지, 리모델링 후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기획이라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나는 얼마든지 필요에따라 버려질 수 있구나.
이 때 결심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겠다.'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쌓아온 1년간의 경험을 어디서 가장 필요로 할까 고민하면서 정보들을 찾아보던 그 때 페이스북을 통해 한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중앙일보 폴인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를 채용하고 있다는 것.
그 포스팅을 작성한 당시 폴인의 팀장님은 내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된 느슨한 인연이었다. 팀장님께서 폴인을 준비하시기 전부터 갖고 계셨던 고민과 그 후 폴인의 발전 과정을 쭉 보면서 막연하게 동경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 할 기회가 찾아오다니. 퍼거슨 감독은 틀렸어. SNS는 인생의 낭비가 아닐지도 몰라!
바로 팀장님께 페메를 보냈다. 해당 직무에 관심이 있고, 혹시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물어봤고 약 10분간 통화를 하며 더 자세히 폴인의 니즈를 파악했다.
이건 무조건 지원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나는 폴인이라는 서비스를 탄생때부터 꾸준히 지켜봐왔고, 폴인에서는 오프라인 스터디를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쌓은 공간 및 사업 운영의 경험이라면 충분히 비벼볼만 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왜냐면 1년 동안 여러 사업을 운영하면서 성과와 의미를 페이스북을 통해 회고 형식으로 정리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에서도 내가 가진 경험을 잘 어필한 덕분에 최종적으로 합격까지 순탄하게 갈 수 있었다.
이 모든게 운명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경기도로 내려가지 않았더라면, 서울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을 수 있었을까? 단언하기엔 어렵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 않았을까.
하지만 경기도의 작은 공간에서 나만의 경험을 쌓으며 성장한 덕분에, 내가 바라던 일에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미디어콘텐츠를 전공했지만 콘텐츠와는 다소 무관한 삶을 살던 내가, 콘텐츠 업계로 다시 들어온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울로 복귀한 것의 기쁨도 잠시, 또 다른 위기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