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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네 Feb 06. 2023

아기를 낳고
강아지가 너무 보고싶었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1

출산휴가에 들어간 지 사흘만에 진통이 시작되었다. 예정일은 며칠 더 남았었지만 언제 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라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최대한 집에서 진통을 오래 견디고 가야 병원에서 덜 힘들다는 조언에 따라 우리집 침대에 누워서 진통 주기를 어플에 기록하며 견뎠다. 그 때 내 옆에는 뜨거운 온기를 나눠주며 내 고통을 함께하던 나의 강아지, 심바가 있었다.


심바는 말티즈다. 널리 알려진대로 참지 않는 강아지. 심바는 외부소음에 짖음이 심하다. 현관문 밖에서 나는 소리는 아주 작은 소리라도 참지 않고 짖어댔다.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이 문제가 큰 걱정거리였고, 고치려고 여러 훈련사들을 만나보았지만 짖지 않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짖을 때 빨리 진정시키는 방법을 찾아서 훈련을 시켰고, 최대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퇴근 후에 열심히 산책도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잔다는 갓난아기와 짖는 강아지를 같이 키울 수 있을까. 결국 우리 부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정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는 것이고, 심바는 우리 가정의 특징인 것으로. 첫째가 있는 집에 둘째가 태어나서 둘째로서의 위치를 받아들이며 가족과 어울자라듯이, 우리 아이도 심바가 있는 집에서 태어나서 (좀 시끄럽긴 하겠지만) 작은 견주로서의 위치를 받아들이며 자라지 않겠냐는 속 편한 기대. 어쩌겠는가. 이미 심바와 뱃속 아기는 가족인 것을.



아기는 자정이 조금 지나 태어났다. 남편은 산부인과 침대에서 쪽잠을 자다가 심바 아침밥을 주기 위해 해가 뜰 때쯤 집으로 돌아갔고 그때부터 나는 그리움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남편에 대한?

아니, 심바


심바가 너무, 정말 너-무 보고싶었다. 심바를 만나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왜 그렇게 심바를 그리워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너무 보고싶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 조리원으로 가는 길에 집으로 먼저 갔다. 심바를 꼭 봐야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심바에게 아기도 보여주고 싶었다. 혹시나 경계할까봐 아기가 사용한 손수건을 미리 남편편에 집으로 보내서 냄새에 익숙해지도록 했었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두 아이의 상봉.


쉬지않고 킁킁거리던 심바의 코


심바는 무척이나 킁킁거리며 아기의 냄새를 맡았다. 두툼한 겉싸개에 쌓여 가만히 있는 아기를 사람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그동안 나의 커다란 배 위에 올라와서 잘 때 그 속에 이 아기가 있었단 걸 알고 있었을까. 그 생각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심바는 잠깐의 만남동안 아주 성실하게 아기의 냄새를 맡았고 우리는 조리원으로 떠났다.


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에도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계속되는 수유도, 유축도, 아기를 키울 두려움도 아닌 심바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넓디넓은 조리원 침대에 혼자 누워있으면 내 겨드랑이를 파고들던 뜨거운 심바의 체온이 그리워서 견디기 어려웠다. 조리원에서 나오면 친정에 와 있으라는 엄마의 제안도 단박에 거절했다.



나는 심바와 있어야해. 심바가 너무 보고싶어. 이상한 거 아는데 지금 심바가 정말 보고싶어.




쉬려고 들어갔던 조리원이 감옥이라도 되는 듯 집으로 가는 날 심바를 만난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그날부터 내 각오를 훨씬 뛰어넘는 하드코어 애개육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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