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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네 Feb 08. 2023

함께 누워서 자라는 아기와 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2

태어난 아기는 무척이나 순했다. 크게 칭얼대지 않았고 잠도 잘 잤다. 어떨 땐 누워있다 혼자 잠이 들기도 했고, 심바가 짖어도 잘 깨지 않았다. 짖는 소리에 뒤척이긴 했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곤 했다. 한두달간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가 약간의 짖음에는 다시 잠들 수 있었지만 짖음이 길어지면 결국 깨고 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깨는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심바는 한 번 짖으면 잘 멈추지 않는 강아지이기 때문에 나는 아이가 자는 동안 보초를 서야 했다. 많은 아기엄마들이 아기가 자는 동안 옆에서 함께 자며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던데, 나는 아이가 잠들면 방문을 닫고 나와 심바가 짖지 않도록, 짖어도 금방 멈추도록 지키고 있어야 했다. 나도 피곤해서 눈을 붙이고 싶은데 심바가 갑자기 벼락처럼 짖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와서 아기가 푹 잘 수 있도록 지켰다. 


매일 같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니가 짖지 않는 강아지였다면. 
니가 조금만 짖는 강아지였다면. 
아니, 니가 없었더라면. 


그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니, 억울한 건 심바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견생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던대로 똑같이 살고 있었을 뿐인데 엄마는 '니가 없었더라면' 이라는 원망이나 하고. 산책도 잘 나가지 못하고 장난감도 치워지고 엄마의 관심은 온통 작은 아기에게 가 있고. 이 모든 상황이 억울한 적이 없었겠느냐는 말이다.






심바는 어릴 때부터 쭉 침대에서 우리 부부와 함께 잠을 잤다. 침대는 심바와 함께 쓰는 것이었다. 이제 그 침대에 또 새로운 주인이 생긴 것이다. 심바와 키가 비슷한 작은 아기를 침대에 눕히면 심바는 그 옆에 와서 몸을 붙이고 누웠다. 아기를 바닥의 작은 담요에 눕히면 심바도 그 담요 끝에 누웠다. 역류방지쿠션에 눕히면 쿠션에 기대 앉았다. 아기가 발로 심바를 툭툭 건드려도 꼼짝않고 거기서 아기의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다. 자꾸만 옆에 와서 눕는 심바가 고맙고 귀여웠다. 사실 팔다리도 잘 가누지 못해 갑자기 심바를 툭툭 치는걸 심바 성격상 좋아할리가 없는데도 자꾸만 가까이 와서 옆에 붙어 있는게 그리 예뻐 보였다. 나에게 나눠주었던 체온을 아기에게도 나눠주려는걸까.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도 배 위에 앉아있는걸 좋아하더니 그때도 아기를 따뜻하게 해주었던걸까. 혼자서 자꾸만 의미부여하며 그 모습을 놓칠세라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나도 아이들 옆에 누워서 행복감을 만끽했다.





심바는 바닥에 폭신한 것을 내려놓으면 다 자기자리라고 생각해 눕곤했다. 이불, 쿠션, 베개, 빨래 등 천으로 된 것은 모두 심바의 차지였다. 아기의 것이라고 예외일 리 없었다. 어느 날 아기를 방에 재워놓고 나왔더니 바닥에 있던 역류방지쿠션에 자기가 떡하니 누워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평소 심바의 습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놀랍고 귀여워서 또 한 번 웃었다.



갓난 아기를 기르는 일은 바쁘고 고된데 심심했다. 그럴 때 심바의 이런 행동들이 나를 많이 웃게 했다.

짖어서 잠든 아이를 깨울 때는 세상 저런 원수가 없는데, 또 한편으로 사랑스러울 땐 너무나 행복하게 해주었다.  하루에도 이런 상반된 감정이 마음속에서 널뛰기를 했다. 이럴 때 좋은 면을 더 크게 생각했더라면 이 시절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나쁜 면을 더 크게 생각하는 나의 생각습관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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