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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네 Feb 14. 2023

장난감을 공유해도 될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3

캄캄한 거실에서 아기를 재우고 있었다. 통 잠이 들지 않아 쪽쪽이를 물렸지만 아기는 쪽쪽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잠깐 물다가 뱉어내길래 탁자 위에 내려놓고서 아기를 안고 돌아다니며 재웠다. 둥개둥개 내 아가, 어서 잠들어라. 아기는 내 품에 안긴 채 집안을 스무 바퀴쯤 돌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등센서 따위 없는 순한 아기를 아기 침대에 살며시 내려놓고 거실로 나오는데 심바 입에 낯선 물건이 물려 있었다. 




이 방향으로 무는 건 어떻게 알았지?



심바는 아기의 것을 탐냈다. 아니,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도 함께 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역류방지쿠션뿐만 아니라 아기의 작은 담요, 바운서 등 아기를 눕히는 곳엔 어디든 올라가서 누웠다. 심바는 갑작스레 몸에 뭔가 닿으면 크게 놀라며 물거나 으르렁거리곤 했다. 혹시나 둘이 누워있다가 손발을 파닥거리는 신생아를 물까 걱정이 되어서 너무 가까이 눕지 못하게, 혹은 눕더라도 내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심바가 누구든 물 수 있는 강아지였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높은 아기침대를 준비했다. 하루종일 같이 지내더라도, 신생아 때만큼은 자는 곳을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고, 아기침대에서만큼은 심바 없이 아기는 안전하게 누워있을 수 있었다. 





심바는 아기의 장난감도 한 번씩 물고 갔다. 침냄새 듬뿍 나는 아기의 촉감책이나 치발기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다 가져가곤 했다. 특히 비싼(!) 원목장난감을 좋아했는데, 몰래 물고 가서는 질겅질겅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서 더 이상 아기장난감으로는 쓸 수 없게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깨무는 용도의 강아지 장난감도 있던데, 그런 느낌으로 즐긴 걸까.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심바의 장난감은 모두 버려졌다. 심바의 침과 먼지가 켜켜이 스며든 채 몇 달 혹은 몇 년 단위로 집에서 구르던 장난감. 내가 아무리 둘을 함께 키우기로 했기로서니 아기가 그런 장난감을 빨아먹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 장난감보다는 먹는 걸 좋아하는 심바이지만, 그래도 갖고 놀 장난감이 모두 없어지니 심심하긴 했을 것이다. 게다가 집안에 새로운 것들이 잔뜩 생기니 흥미가 생겼겠지.(라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큰맘 먹고 산 원목장난감을 작살냈을 때는 화를 참기 어려웠다. 휴.)



아기와 심바를 같이 키우면서 위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청소 열심히 하고, 아기 물건 잘 닦아야지 하는 다짐도 했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강아지와 아기는 항상 집에 함께 있고, 이렇게 물건도 여러 가지를 공유해 버리니 매일 다 소독해 줄 수도 없었다. 당장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똥 치우는 일 때문에 청소나 소독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기의 장내 미생물 균형에 대한 책과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와 아기들에게 과도한 멸균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아기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단순해지거나 적절히 균형 잡히지 못해 여러 가지 면역적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와우. 바로 나에게 필요했던 정보였다. 그래서 위생에 대한 스트레스를 좀 내려놓고, 대략적으로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두 아이들을 함께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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