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밍봉봉 Aug 21. 2023

당신을 향한 마음을 즈려밟고 갑니다

기왕 할 퇴사라면 이렇게 (6)

퇴사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있겠죠? 이번에는 퇴사  하지 말아야 하는 체크리스트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어쩌면 퇴사 전에  해야  일보다  중요할 지도 몰라요.  고통스럽기도 하겠죠. 흐흐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겁을 드렸나요?


사실 퇴사하기 전에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동일합니다.

적을 남기지 마세요.


당신이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를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한 취업 포털 업체가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무려 91%가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대답했어요. [퇴사 고민 되는 이유] 1위는 '연봉’ (16%), 2위는 ‘상사/조직분위기’ (13%) 였지요. 흥미로운 것은 [퇴사를 결정 한 결정적 이유]는 ‘상사/대표’ (16%)가 1위였다는 점입니다. '연봉'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지요.


신입사원들의 경우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퇴사하는 비율이 더 크다고 합니다. 한 방송에 의하면 신입사원들의 50%가 입사 3년 이내 조기 퇴사를 결정한다고 해요. 이들의 주요 퇴사 이유는 ‘역량 성장 결여’와 함께 ‘세대 갈등’ 이 양대 산맥을 이루었어요. '일'에서 보람을 찾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대인 관계'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것 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어려운 일을 당신에게 시도해 볼 것을 권합니다. 원수 관계인 사람이 있다면 퇴사하기 전에 훌훌 털어 버리라고요. 용서를 할 수 있다면 용서하고, 풀 수 있다면 풀어보세요. 혹여 일방적으로 당하는 관계가 아닌 그저 악연이었다면 악수를 청하고 나오시길 바라요. 먼저 퇴사하는 사람의 자비로움으로 말이에요.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해서요.


미움을 마음에 담아 두는 것은 영혼을 갉아먹는 좀을 마음에 남겨두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멋지게 털고, 풀고, 아름답게 돌아서세요.


후우, 알아요. 왜 모르겠어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것을요.


사람의 말은 때론 잘 벼린 칼 같죠. 그의 말은 한때 당신의 영혼을 후벼 파는 듯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을 거예요. 남몰래 아파 울며 복수를 꿈꾸게도 했겠죠.


어렵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모든 상처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가령 원두에 난 상처가 그래요. 원두는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대요. 뜨거운 불 위에서 온몸을 관통하며 깨어지고 갈리고 볶아지면서 최상급 원두가 된다네요. 마음에 생긴 상처도 마찬가지래요. 당신 역시 크고 작은 상처들로 인해 더욱 진하고 감미로운 향을 만들 수 있도록 성장했을 거예요.


이제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간이에요. 당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상황과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구정물 같은 마음은 회사 컴퓨터와 사원증을 반납하면서 함께 반납해 버려요. 그 무거운 마음들을 모두이고 지다 보면 그 발걸음이 가벼울 수가 없잖아요.


두고 나가세요.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어요. 당신의 마음에 그 사람의 자리를 남겨두지 마세요. 단 한 톨도.






그럼에도 여전히 퇴사하는 당신만 억울한 것 같나요? 당신을 괴롭혀 왔던 직장 상사나 동료는 아무에게도 그 정체를 들키지 않은 채 계속 승승장구할 것 같지요?


사실 과거에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씨식과 날실처럼 촘촘히 연결된 시대이죠. 그가 본성을 숨기고 착한 ‘척’, 능력 있는 ‘척’, 강한 ‘척’을 하고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질 거예요.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해설가 칭호로 불리고 있는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부사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과 관련해서 대답했던 내용입니다.


본인만 모르지 밖에서 보면 다 보여요. 메타인지가 안 될 뿐이죠. "이 차장이 어떤가?" 물으면 "뺀질 대지." 답이 다 나와요. 본인한테만 얘기 안 해주는 거죠. 흔적은 사방에 있어서 ‘한 길 사람 속'을 다 알 수 있어요.


당신 외에 아무도 그의 끔찍한 정체를 모를 것 같지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거예요. 설령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면 조만간 모두가 알게 될 것 이랍니다.


저도 회사에서 저를 유독 괴롭히던 상사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천사 같고 저에게만 악독한 사람이었죠. 그 상사 때문에 출근하는 것이 고통이었어요. 오늘은 또 어떤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고 골탕 먹이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줄까? 상상만 해도 괴로웠죠. 제가 했던 잘한 일은 자신이 한 일이라고 말해서 찬사를 받았어요. 본인의 실수는 제 탓으로 돌렸죠. 이런 억울한 나날이 반복되었어요.


왜 공론화하지 않았었냐고요? 그는 임원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었거든요. 힘없는 저의 항변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 당시 저는 가스라이팅까지 당하고 있었어요. 계속되는 괴롭힘으로 스스로를 능력 없고, 회사를 나가면 먹고살 길이 없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되었죠. 그래서 퇴사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얼마 전,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상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 상사는 그 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후배들을 괴롭히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더라고요. 설상가상, 그 상사를 신임하던 임원도 몇 년 이내 회사에서 해임을 당해서 그 상사를 지지해 주는 힘도 사라져 버렸다고 했죠.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사람도 계속 숨길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돌려받게 되겠지요. 굳이 당신의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히지 않더라도요.


원수를 갚지 말고 강가에 앉아 강으로 떠내려오는 원수의 시체를 보라


유명한 노자의 말처럼, 곧 보게 될 겁니다. 그 사람은 자기 발걸음에 걸려서 스스로 고꾸라 질 거예요. 사람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분명 누군가 더 강하고 건드릴 수 없는 사람에게 한번 큰코다치게 될 거랍니다.


그래요, 머리로는  알겠다고요. 하지만 심장에서는 훌훌 털어버리기 어렵다고요. 알겠어요. 그렇다면 잊으라고 강요하지 않을게요. 그렇게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아팠던 상황이라면, 차라리  경험을 모두 끌어안고 나오세요.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에서는 매일 밤 악몽을 꾸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소년은 악몽만 없어진다면 행복 해 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어느 날 마녀를 만난 소년은, 마녀에게 악몽을 팔겠다고 합니다. 그 대가로 마녀가 원하는 주기로 약속하면서요.


하지만 소년은 악몽의 기억을 지운 후에도 행복해지지 않았어요. 소년이 그 이유를 묻자 마녀는 그제야 행복의 비밀을 알려주지요.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 해 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그러니까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회사를 나올 때 당신 뒤에 적을 남기지 마세요. 그들이 잘 살거나 말거나 당신 인생에서 쏙 빼 버리고 나오세요.


하지만 미워하지는 않아도 그들이 준 경험까지는 잊지 말아요. 경험 만은 오롯이 당신의 것이니까요. 잊지 마세요. 잊지 말고 이겨내세요. 그리고 퇴사 후 당신이 걸어갈 길 위에 하나씩 뿌려두세요. 고통도, 후회도, 상처도, 아픔도 모두 즈려밟고 갈 수 있도록이요.


와그작, 와그작, 한 스텝에 고통을 박살내고, 다음 스텝에 후회를 산산조각 냅니다. 춤을 추듯 신나게 밟으며 앞으로 전진하세요. 그렇게 진짜 행복 해 지는 게 진정한 복수 아니겠어요? 후후훗!




삶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 10%와 그에 대한 당신의 반응 90%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전 11화 퇴사 전, 이것 만은 꼭! 체크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