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할 퇴사라면 이렇게 (5)
드디어 퇴사 날짜를 받아 두었어요. 이제 퇴사 일까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차피 곧 그만 둘 건데, 당신이 하던 일은 후임자에게 홀라당 넘겨 버려야죠. 남은 시간은 유유자적 좋아하는 음악이나 들으면서 즐기면 되는 거잖아요.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너스 월급이라고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노는 거예요.
삐삐 – 틀렸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랍니다. 회사 생활은 게임과는 달라요. 게임은 화면 한가득 'GAME OVER'가 뜨면서 모든 것이 리셋되죠. 해당 스테이지의 시간이 끝나면 같은 캐릭터와 다시 마주치지 않아도 되고요. 하지만 회사는? 설령 게임 오버가 되었다고 해도 당신 혼자만 깔끔하게 쏙 빠져나올 수 없어요.
퇴사 후 새로운 삶을 시작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라는 삶의 과정을 '잘'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퇴사를 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회사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알려드릴게요. 퇴사 전 무언가 빼먹은 것 같을 때는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보세요!
회사원 시절을 증빙할 서류 발급
첫 번째, 행정적인 자료를 저장해 두세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상태에서는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신청부터 인쇄까지 할 수 있던 서류들이, 퇴사 후에는 발급받기 복잡하고 까다로워집니다.
우선 퇴사 전년도의 원천징수영수증과 퇴사 마지막 달의 재직증명서를 받아 두세요. 이 서류들은 퇴사 후 이직을 하는 경우 경력 증명과 연봉 협상을 위해 필요 한 서류랍니다. 이직 말고 창업할 거라고요? 프리랜서 강사로 고용이 되거나, 대학원이나 박사학위에 지원할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이 서류들은 필요시 회사의 인사부에 연락해서 새로 발급받아도 됩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닐 때에 비해서 몇 배나 번거로운 일이 됩니다. 그 사이 담당자가 변경될 수도 있고 말이죠.
인사부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도 꼭 저장해 두는 것도 기억하세요. 퇴직금, 연차 수당 등 회사에서 받아야 하는 비용의 지불이 미루어지거나, 맞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말이지요. 물론 연락처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 더 좋겠 지만요.
회사원 신분인 동안 동안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아 두세요. 신용카드도 새로 발급받아 두고요. 마이너스 통장은 이율이 높기 때문에 남용하면 안 되겠지만, 월급이 당분간 나오기 않기 때문에 급한 돈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회사 안의 내 편 만들기
두 번째, 당신의 사람을 만드세요. 당신보다 회사에 오래 다닐, 당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이요.
회사를 그만두면 다시는 회사 쪽으로 발걸음도 하지 않을 것 같다고요? 회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 받을 일이 없을 것 같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경조사 공지, 회사 내 연락처 부탁, 퇴사 한 해의 의료 보험 처리와 연말정산 처리 등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락할 일이 생긴답니다.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첫 번째 단계의 서류들을 깜빡하고 퇴사를 한 경우, 그들은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대신 클릭과 인쇄를 진행해 주기도 할 거예요.
옛말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퇴사한 후에는 당신의 아군과 적군이 분명 해 질 거랍니다. 때로는 당신이 하지 않은 일들을 당신의 잘못으로 덮어씌우는 사람도 생기겠죠. 그때 회사에 있는 당신의 편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 줄 거예요.
그러니 회사에 다니는 동안 당신의 편에게 잘해주세요. 맛있는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기왕이면 디저트까지 사 주세요. 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면 며칠 야근을 해서라도 도와주세요. '내 편'에게 들이는 돈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뒷모습 깔끔하게 정리하기
세 번째, 최선을 다해서 일을 마무리하세요.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면 끝내고 나오세요. 시간이 된다면 그동안 했던 일들을 폴더 별로 분류한 후 파일명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서 남겨주세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퇴사가 결정된 순간부터 일을 놓아버리는 실수를 하지 마시길 바라요.
당신이 남긴 자료들은 남은 회사 사람들에게 당신의 얼굴이 될 거랍니다. 당신의 얼굴을 모르거나, 깊이 알지 못한 사람들은 당신이 마무리한 일로써 당신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될 거예요.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와 업무를 리스트업 하고 정리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예상하지 못하게 얻는 것도 있습니다. 퇴사 전 최신으로 업데이트된 이력서를 작성할 수도 있지요. 추후 다른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중요한 경력거리나 업체, 사람의 데이터를 찾게 될 수도 있어요.
회사를 끝이 아닌 시작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더 이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신입사원이 아니랍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당신은 회사에서 얻은 경험과 경력 위에서 시작하게 될 거예요. 퇴사를 준비하는 기간은 그 베이스를 단단하게, 견고하게, 튼튼하게 세울 수 있는 시간이죠!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나 온 자리를 깨끗하게 관리해 두세요. 공중 화장실에서 자주 보이는 문구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처럼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된다면, 회사를 그만둔 후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한답니다.
아름다운 이별하기
네 번째, 마음을 담아 작별인사를 하세요. 하루아침에 권고사직 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퇴사를 결정하는 날부터 실제 퇴사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있을 거예요. 가능하다면 함께 업무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서 얼굴을 보고 인사해 보세요. 여유가 된다면 커피나 밥을 같이 먹으면 더욱 좋겠지요.
그만둔다는 인사를 하는 게 민망하고 쑥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헤어지더라도 그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답니다. 사회정보망서비스(SNS)나 링크드인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요. 별로 친하지 않던 회사 사람이 당신의 평판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수도 있어요. 어쩌면 소중한 인맥이 될 수도 있겠지요.
회사의 규모가 크거나, 퇴사 전 마무리 할 일이 많아서 일일이 인사하기는 힘들 수도 있어요. 그때는 마음을 담은 편지 보내 보세요. 각자의 이름을 수신처에 적은 개별 이메일을 보내면 더 좋아요. 짧고 삐뚤빼뚤할지 언정 직접 쓴 손 편지를 남겨 준다면 작은 감동과 함께 따스한 이미지로 기억되겠죠. 물론 마음이 담긴 단체 이메일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정성을 담아서 당신 다운 작별인사를 해 보세요.
이놈의 회사, 언제까지 다녀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이고 곱씹었겠지요. 사실 퇴사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오늘 당장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한번 한 퇴사는 무를 수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러니 퇴사하기 전 꼭! 마무리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확인하세요. 기왕이면 가장 튼튼한 발돋움 위에 가장 당당한 뒷모습으로 올라 서자고요! 우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