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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Jul 17. 2021

그들이 행복한 세상

정신질환자 프로그램-01 '저도 여러분과 다름이 없습니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 01회기

사회적 농업을 통한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지원사업 프로그램 12회기 중 1회기 강의 모습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여기 이 자리에 30대부터 60대까지 앉아계시죠? 저는요. 여러분, 올해 서른다섯 살입니다. "네가 인생을 뭘 알아?"라고 말씀하신다면, 저도 산전·수전·공중전 까지는 아지여도 산전·수전 까지는 겪어보았어요. 그리고..... 저 역시 여러분과 같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다름이 없어요. 그래서 아래 보시면 한 줄 더 써놨습니다. 'Shall we dance?' 저랑 함께 12회기 동안 아름다운 몸짓의 나비춤을 춰보지 않으실래요?라고요. 저와 함께 친구가 되어서 여러분과 저 아름답게 춤추자고 지금 제가 여러분께 제안드리는 겁니다. 저의 제안에 여러분, 응해주실 겁니까?"라는 나의 마지막 질문에 그들은 모두 큰소리로 "네"라고 화답했고 나는 뭉클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가득 찬 열정의 에너지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보혜 사무장이었습니다. 이것으로 1회기 프로그램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 멘트를 하였다.


사실 내가 짠 시나리오 상 작자 미상의 짧은 시만 읽고 1회기 프로그램은 끝냈어야 했다. 그들이 마음을 열고 이 자리에 임한다는게 눈에 보이지 않았더라면 또는 대표님이 내가 마무리하는 시간에 세미나실에 앉아 있었더라면 아마 나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1회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그들의 눈빛은 갈망적이었다. '나 좀 치유해주세요.'. '나 좀 도와주세요.', '나의 마음을 어루어만져주세요.'. '외로워요.'... 등등 굳이 말로 해야 그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나도 이미 다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을. 그런 그들이 낯선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우리에게 말을 걸었고, 자신의 감정을 얼굴로써 말로써 표현했으며, 강단 앞에 선 나의 물음에 대답으로 반응해주었다. 평범한 이들에게 이러한 평범한 일들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므로 나는 표현 하나하나, 반응 하나하나에 고맙고 감사할 뿐이었다.






2021년 04월 05일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진양호힐링센터 MOU 체결 모습
진양호힐링센터·물사랑교육농장은 사회적 가치를 먼저 이루고자 속도가 아닌 방향성에 발맞춰 나가고 있는 아직은 작은 기업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활용한 사회적 농업 활성화와 '농업의 다원적 치유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서회적 공동체 강화'라는 비전 아래 2012년 <엄마텃밭꾸러미사업>을 시작하여 지역 소농들의 판로개척을 도와 농가소득을 증진시켜 고용창출 효과를 냈으며, 지역 진양호수를 기반으로한 수水테라피(물교육)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원예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운영 중이다. 또한, 지역 노인주간보호시실인 '기억학교', 아동돌봄시설 '아이마당', 경남광역정신복지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연계한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취약)아동 대상 돌봄서비스와 특수학교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철 수확물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진행 등 취약계층민과 더불어 쉼이 필요한 일반인을 위해 배움의 터전이자 안락한 휴식의 공간이 되고자 한 걸음씩 도약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진양호힐링센터·물사랑교육농장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한 지 오늘로써 정확하게 6개월. 그러고 보니 계약서상 오늘이 계약기간 만료일이다.(계약연장했음)

사무장 구인 자리에 들어가긴 했지만, 사무장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일처리를 못했거나 또는 어쨌거나 대표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으므로 대표님께 깨지고 혼나는게 하루 일과였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동생이 "언니 괜찮아요?"라는 말을 달고 살았고, 나는 너무나 안 괜찮아서 괜찮은 듯 괜찮았으므로 그렇게 괜찮게 묵언수행하며 때론 밤새 베갯잇 적셔가며 또 어느 날은 이를 악물고 날밤까길 밥 먹듯 하다 보니 즐겨하던 글쓰기는 웬 말이냐 지인이랑 카톡 주고받을 시간도 언감생심이 되고 말았다. 그냥 나를 진양호힐링센터·물사랑교육농장 일더미에 박제시키듯 Ctrl+C → Ctrl+V 했더니 입사 3개월 즈음 자연스레 자칭 사무장에서 자칭타칭 사무장이 되었다가 이제 자타공인 사무장이 되었다.

나의 「어서 와! 이런 취급은 처음이지?」 브런치 글을 읽어보았다면 대충 알테지만, 이제는 감개무량하게도 그날에 비하면 대표님이 나를 대하는 것에 대해 「어서 와! 이런 대접처음이지?」 글을 쓸 판이다. 다만, 나의 업무처리 속도가 느린탓인지 업무량이 많은 건지 일 폭탄 테트리스 LEVEL7단계를 깨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일처리와 동시에 떨어지는 일감들이 가끔 처리 불능 상태가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여전히 브런치나 사적인 카톡, 블로그 꾸미기 등 내 개인적인 여가를 즐길 새가 없다.)

※ 회사 이메일, 블로그 주소 입니다. / 개인 이메일, 블로그는 작가 프로필 참고해주세요. ※

MOU를 체결을 하고 그들을 처음 만난 건 12회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전 사전교육 때였다. 매주 화요일마다 4회 차에 걸쳐 우리 센터에서 있을 12회기 프로그램에 대비하여 사전교육을 실시하였는데, 4회 차의 만남 동안 그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거리들은 없었다. 전면 프로젝트 빔을 보고 강의가 진행되었고, 나와 동료직원 한 명은 맨 뒷좌석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진행할 프로그램이 사회적 농업을 통한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이다 보니 4회 차에는 직업 재활 훈련의 일환으로 이력서 쓰기와 자기소개서 쓰기, 모의면접 보기 등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면접관이 되어 1대 1로 몇몇 분에게 모의면접을 진행해본 결과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 이런 사람' 이란, '이러이러한 사람이니까 나를 뽑아주세요'가 아니라 '나도 사람이에요. 평범했던 사람이고요. 지금도 일반적이고 싶어요. 그냥요. 이 마음 알아주시면 고맙겠지만, 당신은 이해 못하겠지요.' 이런 이야기였다.


나의 질문과 상관없이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자신의 이야기에 나는 귀 기울였다. 주위가 시끄러워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목소리를 주워 담으려 애썼다. 그리고 구절구절마다 답해드렸다. "아~ 그러셨어요?". "잘하셨어요.". "네~ 그러셨군요." 그들에게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자 또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여야하는 나는 마치 CS강사가 고객 응대하듯 그렇게 친절하게 리액션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친절하게 리액션하는 동안 한두 번 감정에 휩쓸려 "저도요! 조울증이에요."라고 외칠 뻔했으나 잘 넘겼다. 아마도 약물 조절이 잘되고 있어서 이성을 잘 찾고 있는 결과물이겠거니. 그러다 일을 낸 건 본 프로그램 1회기가 시작되고 강의 막바지에 다 달았을 때였다. "그리고..... 저 역시 여러분과 같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다름이 없어요." 순간! '아! 망........' 하면서 아차! 싶긴 했지만, 알아듣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깊은 공감을 내게 주었다. 그리고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 말을 뱉을 때에는 나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 날 하루 그들로 말미암아 되려 내가 힘을 받았으므로.




앞으로 브런치에 이들과 함께하는 12회기 이야기를 녹여내고자 한다. 어떤 변수가 잠재되어 있는지 알 수 없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종잡을 수 없지만 매 회기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어갈 이들을 기대하며 오늘의 이 글을 마쳐본다. (이 외에도 치매, 결손아동과 함께하는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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