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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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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 Mar 25. 2020

뺄셈 인생

꿈의 기록

“내 인생은 뺄셈이야. 더해지는 건 없고 언제나 덜어질 뿐이거든.”


꿈속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며 서럽게 울었다. 꿈에서 깼을 때에도 여전히 슬픈 감정이 여진처럼 남아 있었는데 꿈의 기억을 기록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잠결이라 미처 적지 못했다. 그나마 꿈에서 깨기 직전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 인상적이어서 간신히 적어 놓았기에 한 줄 문장만은 건졌다. 인생이 뺄셈이라니, 낯간지러운 말이긴 하다만.


왜 그리 한탄스럽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 기억만 남았을 뿐 나머지는 몽땅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까지도 꿈속의 상황은 여전히 나의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한데 왜 그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가. 꿈이 금세 잊히고 마는 성질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기억나는 장면이 전혀 없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아무리 쉽게 꿈의 기억이 휘발된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이 있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없다니, 남은 것이 정서적인 경험뿐이라니 좀 의아하게 여겨진다.


꿈 내용을 적어두리라고 늘 마음먹는데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꿈에서 깬 직후에는 비몽사몽간에 눈이 제대로 떠지질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 꿈이었구나, 이건 적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잊고 말 거야, 하면서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도로 잠들고 마는 것이다. 새벽녘, 꿈에서 깬 다음 아이폰에 적어두려 했으나 눈이 안 떠져 실패한 뒤 잠시 후 다시 엎드려 기록을 해보려 사투를 벌였으나 끝내 실패한 일이 다시 떠오른다.


과연 그렇게까지 할일인가? 나도 그게 의문이다. 밥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혼자만의 놀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재미있다. 밤중에 나의 뇌가 따로 놀면서 제멋대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데-이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현상인데-그냥 놓치기에는 아쉬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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