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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Jul 26. 2018

폴란드 땅에 내려갔던 날

공항을 나서자 하얀 눈에 덥힌 나무들과 제법 현대적인 건물들과 도로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으로 보기에도 이곳은 엄청 추운 곳이라는 것이 차 안에서도 느껴졌다. 매서운 추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사전에 조사한 정보들에 의해서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차 밖을 나서자 이 추위는 단순한 우리를 얼게 하려는 추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긴 휴식 기에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잠을 자기 위한 추위라는 것을. 오직 추위를 잊은 동물은 바로 우리 사람들뿐이었다.  


사실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약소국가로서 익히 널리 알려져 있었다. 16세기, 17세기에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삼국분할에 의해 지도에서 약 100년 넘게 사라지기도 하였고, 2차세계대전때에는 독일에게 가장 먼저 침공을 받고 전쟁 끝날 때까지 엄청난 고초에 시달렸던 나라였다. 게다가 다시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1989년도 까지 사회주의 경제체제 아래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며, 그 체제에 저항한 수 많은 노동자와 지식인들의 희생도 따랐으며, 이는 폴란드 곳곳에서 그 역사를 하나하나 남겨놓았다. 약자는 약자의 마음을 안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와 같이 많은 아픔을 가진 나라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역시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수 많은 인재를 배출해낸 곳도 바로 이곳 폴란드였으니.  


그냥 일반 사람들에게 여행지로서는 사실 그 닥 큰 매력이 없을 수도 있는 폴란드일지도 모른다. 서유럽에 있는 프랑스, 네덜란드, 남유럽의 이탈리아, 스페인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단순히 이름과 명성으로만 알려진 것으로 보면 폴란드는 여행으로 갈까라는 의문부호를 낳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폴란드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 서유럽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비해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덜 매력적인 장소라고 생각하며, 이곳의 나라 가치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그러한 태도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찰자의 입장으로 보면 폴란드는 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1년간 폴란드를 보며, 이곳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역사, 정신들을 깊이 알아가고 이해하면 할수록 이곳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가 금방 깨닫게 된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 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말한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표현이 정확하게 폴란드와 맞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화려하지 않은 풀꽃과 같은 폴란드. 그러나 수많은 잠재력과 정신적으로 줄기차게 꺾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풀꽃처럼 끈기 있고 생명력 넘치는 이곳. 세계지도에서 다른 열강들에 비해 잘 눈에 띄지 않은 풀꽃 같은 폴란드이지만, 자세히 보면 더욱더 신비롭고 강인한 이곳. 풀꽃처럼 스쳐 지나가는 풍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만의 공간과 시간을 따라가는 그들만의 철학이 살아 있는 이곳. 이곳 폴란드에서 사우디에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멈춰 버린 겨울 앞에 서있게 되었다.  


간략하게 폴란드 역사를 간추려 보자면 폴란드가 10세기즈음하여 왕국으로 발전, 로마 카톨릭교를 받아들이고, 피야스트 왕조를 창건을 계기로 폴란드라는 민족적인 정체성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14세기에 야기에워 왕조가 들어서고 독일 기사단과 북동유럽 패권을 다투어 승자의 길을 걸었으며, 그리고 16시기에는 중유럽과 동유럽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으로 발전하였으며, 리투아니아와 연합국가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많이 남겼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전투에 참여하여, 오스만 투르크군을 물리치고 기독교 세계를 방어하는 대에 기여를 하였으나, 18세기에 삼국분할을 당하고, 지도에서 123년간 폴란드 나라가 사라지게 된다. 그 후, 1918년 11월 11일 1차 세계대전 종전을 계기로 다시 독립하였고, 2차세계 대전에 나치의 침략을 받아 수 많은 인명의 피해를 본 역사를 가지게 된다. 그 후, 사회주의 체제로 국가 이념을 채택했지만, 구 소련의 붕괴로 민주주의 꽃과 함께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여 현재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대되는 나라가 폴란드라고 말하면 되겠다.  


그 외에 이것저것 생각나는 그리고 보이는 대로 얘기하자면,  

- 자전거 타기 좋은 나라 

- 바르샤바의 3/1이 공원으로 덮여 있어 도심속에서도 기분 좋은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음을. 

- 가톨릭의 나라 

- 역사를 잊지 않는 나라, 그래서 2차세계 대전 소용돌이 속의 중심나라, 독일에게 보상금을 요청하고, 카틴 숲 학살사건과 스몰렌스크 비행기 추락사건으로 인한 대통령 사망 사건 등, 비극적인 역사에 등장하는 나라 

성실하고 정직한 나라 

- 미에슈코 1세, 브와디스와프 2세, 지그문트3세, 얀소비에스키 3세의 업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라 

- 현재 폴란드의 땅을 원래 역사속에서 가지고 있었던 땅이 아닌 곳이 더 많은 나라. 

- 코페르니쿠스, 쇼팽, 퀴리부인 등 수 많은 인재를 배출 한나라.  


폴란드를 이렇게 알아가면서 나의 회사생활과 폴란드와의 동거는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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