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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Jul 26. 2018

야근 시작하기 전

유실장을 보았다. 그에겐 회사에서의 온갖 경험을 다 가진듯한 베테랑 부장의 모습과 한편으로는 깔깔이 입은 모습 때문에 그런지 옛날 군대에서 깐깐하면서도 마음은 따뜻해 보이는  행정보급관의 이미지도 함께 스쳐갔다. 눈가의 밑에는 주름진 다크서클과 그을린 광대, 진중한 듯 하면서도 쿨해 보이려는 유실장은 조용히 마우스를 움직여 우측상단의 구글 Map을 켜본다.  


“여기 유럽 지도를 바 봐. 여기가 서유럽, 여기 알프스 산맥이 이렇게 있지. 그리고 여기가 폴란드고 밑에 헝가리와 발칸반도가 있어. 여기를 조대리가 맡게 될거야.” 

그리고는 자연스레 역사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기가 유럽의 중심부가 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있지. 여기와 이곳 옆나라 헝가리와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 터키가 16세기, 17세기때 계속 유럽으로 침입을 했고, 특히 비엔나까지 밀고 들어와 포위하게 되었지. 만약 비엔나가 뚫렸다면 그 다음은 서유럽으로 쭉쭉 밀고 들어와 현재 유럽이 대부분 이슬람화가 됐을지도 모르지. 그때 비엔나 전투에서 폴란드군의 지원으로 승리하게 되면서 역사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던 거야.”

 

이 유실장이 얘기해준 역사적인 사건인 비엔나 전투를 기준으로 나는 유럽의 역사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고, 폴란드의 옛날 이야기를 탐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곳에 있는 동안 끝임 없는 호기심으로 폴란드를 탐구하게 되었고, 흠모하게 시작했다. 그렇게 비엔나 전투로 시작된 폴란드의 이야기는 대통령 탄핵이 있던 해를 더욱더 뜨겁게 내 마음의 갈망을 달구었다.  


제갈대리는 이상함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전형적인 현대인의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통념으로 생각했을 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주도하고 있으며 Major였다. 생계를 걱정하고 우리의 월급과 호주머니를 걱정하는….. 나도 어느 세 이러한 Major에 그 특이함을 추구하려고 나름 노력했던 내가 일반적인 범주 안으로 어느새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 세상의 맛을 제대로 깨달은 것일지도 모르고, 또 한편으로는 시대의 모습에 직면한 내 모습에 짐짓 놀라 방문도 열지 못하고, 따뜻한 방안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멍하게 있는 하나의 자라모습 같기도 했다. 그래도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운 삶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제 가시밭을 또 걸어 볼까나?  


출근 시간 8:30 분, 퇴근시간 17:30 분. 유럽이니 좀 다르겠지? 라는 어설픈 기대에 부리나케 폴란드로 와서 눈 내리는 창 밖을 본다. 오후 4시정도 되니 세상이 다 깜깜해졌다. 퇴근하기도 전에 벌써 야근을 하는 느낌은 뭘까? 그래도 저녁이 있는 삶이 있겠지?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세 오후 7시를 훌쩍 넘겼다. 이제 가야지라는 생각을 할 때면 자꾸 마음에 걸린다. 내일이 벌써 걱정되니. 

오늘을 즐기지 못하고 내일부터 걱정하느라 자꾸 내일의 걱정에 중독된다. 누가 내일을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능해 보일 것 같은 세상의 시선들 앞에서 내 자신이 두렵기도 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열심이라도 일해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때로는 아예 마음먹고 하는 야근. 야근의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마음은 야근을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 있는 삶은 조금만 미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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