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보다 말하기가 중요해진다.
요즘 어디서든 화재가 되고 있는 chatGPT는 채용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취준생들이 자기소개 작성을 어려워한다. 책을 사서 읽으면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취업 시장의 자칭 전문가들은 스펙보다도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는 다소 황당한 홍보로 고객을 모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소서 첨삭을 넘어 대필을 하는 곳도 있다. 이제 여기에 인공 지능까지 가세할 것이다. 과연 어떤 변화가 올까?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중요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27년 동안 인사업무를 했던 입장에서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취업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펙이다. 학교, 전공, 학점, 그리고 자격증이 70~80% 이상을 차지한다. 자소서에 적어 넣은 직무와 유사한 경험은 스펙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인사 담담자에게 읽힌다. 나의 이런 주장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모하게 자소서에만 매달리는 분들께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 챗지피티에 자기소개서를 써 달라고 몇 개의 키워드를 넣으면 그럴싸한 자소설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과연 채용 담당자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인사담당자 시절에 너무 잘 쓴 자소서를 읽을 때면 '돈 주고 썼네'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었다. 작가의 냄새가 나는 글이 있었다. 이제는 더 많은 자소서가 그럴 것이다. 아마도 'AI가 썼네'라고 느껴지는 글이 많이 보일 것이다. 과거보다는 자소서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취준생의 입장에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글 쓰는 역량은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서 AI가 뼈대를 만들어 준다면 이용하자. 그리고 여유가 생긴 시간에 다른 역량을 키워야 한다. 키워야 할 역량은 '말하기'다.
이 모든 상황은 지원자의 스펙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 서류전형 커트라인을 넘었다는 전제로 가정했을 경우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더욱더 자소서를 읽지 않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극단적으로는 자소서를 없애는 기업도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소서를 작성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 구직난 상황에서 밀려드는 지원자를 어떡해서든 걸러내려는 의도가 제일 크다. 자소서 항목을 다양하게 하고 글자수를 늘려가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입사하고 싶으면 당신이 얼마나 간절한지 보여라'라는 의미다. 복붙을 하지 못하게 하려다 보니 질문이 점점 난해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채용 시장은 스펙과 면접에서 말하기로 집중될 가능성이 많다. 긴장된 상태에서 상대방의 질문에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채워질 수 있는 역량도 아니다. 우리의 교육 현장 문제점으로 늘 지적되는 주입식 교육, 이제 이걸 깨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내 생각을 상대방과 주고받으면서 논리를 전개하고 설득하는 방법, 나의 주장을 조근조근 전달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이제 채용시장에서 글쓰기보다는 말하기 실력을 키워야 할 때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으로서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키워야 하는 변화의 시대에 서 있다.
※ 채용시장에 한정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