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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Jan 15. 2024

아빠가 해준 짜장면은 맛있지만…

아빠는 이런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컵)라면/짜장(라)면을 주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어엿한 메뉴로 내놓고, 어김없이 환호받는다.

그렇게 되기까지.


1. 양배추, 양파, 당근, 버섯, 완두콩 등을 작게 깍둑 썰어 면을 익힐 때 같이 넣는다.

(어떻게 밀가루와 조미료만 줄 수 있겠어. 맛 때문에 양보하는 거라면...)


=> 나의 영양 건더기를 건져내며 먹느라 고달파했다. 고대로 남았다.


2. 삶은달걀 혹은 계란후라이를 얹고, 오이를 채 썰어 보탠다.

(단백질은 주어야지... 신선한 야채도.)


=> 나의 영양 고명을 억지로 먹으며, 아쉬워했다. "짜파게티는 아빠가 끓여야 맛있는데..."


3. 남편처럼 설명서 그대로 끓이고, 군만두를 곁들여 낸다.

(밀가루와 조미료만 줄 수는…)


=> 잘 먹었다. "이제 엄마도 짜파게티 잘 끓이네~ 아빠만큼은 아니지만."






하지만 어쩌다 남편은 뽀뽀를 구걸하는 처지가 되었나 모르겠다.


아빠를 얼마큼 사랑하냐고 물으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영."이라 답하고("영이 뭔데?" "아무것도 없는 거."), 아빠는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싫다며 다른 아빠로 골라오지 그랬냐고 고시랑대는 셋째.


그러던 어느 날 사과를 먹고 있는 나에게,


3호: 엄마, 왜 아빠는 안 주고 혼자 먹어?

나: 아빠도 드렸는데? 너... 아빠 좋아하는구나? 아빠 먹을 것도 챙기고.

3호: ... 내가 아빠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 아니야.

나: 그래? (남편에게 전해줘야지) 아빠 어떤 점이 좋은데?

3호: ... 아빠를 좋아한다고는 안 했어.


여보... 짜파게티는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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