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5 마라톤 프로젝트
한 주 내내 날씨가 너무 추웠다. (아아 그리운 삼한사온...) 일주일 만에 또 폭설이 내렸다. 동네의 인도는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다. 달리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네 번, 요가원 가는 길에 10분 전후로 달렸던 것이 전부다. 그렇게라도 이어가며 나는 달리기를 기억하고, 달리기의 좋은 점을 맛본다. 아쉬운 대로 요가에 집중하고 근력운동을 시도한다. 그리고 마라톤 경기를 알아보고, 러너의 유튜브를 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몸과 마음이 식어 있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데우고 준비시킨다.
달리기에 아직 반쯤 미쳐 있는 나를 보고 친구 J가 말한다. "달리기가 그렇게 재미있었나?" 그러니까 달리기를 해봤던 것이다. 뜻밖의 의구심에 나는 잠깐 고요해진다. 그렇지, 이런 마음이 늘 한결같진 않을 것이다. 기쁨이나 열심은 변하더라도, 달리기를 일상적으로 하는 생활은 꾸준해야 할 텐데, 그러길 바라는데... 어쩐다?
그런 고민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답을 궁리할 만큼 심각해진 건 아니었다. 자식의 사춘기가 염려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 나는 기저귀도 못 뗀 아기 엄마의 처지였달까? 아무튼 그러다 션의 영상을 보았다.
https://youtu.be/3dLhK3qqTcE?si=HJoUyOjSIqa5M-25
아니, 이 날씨에 어떻게 매일 20km를 달린다는 거야? 옷은 어떻게 입고, 눈길은 어떻게 하고? 내가 아직 모르는 비밀 같은 건 없을 것 같았지만 자극이라도 받으려고 했다. 비밀을 찾은 걸까, 자극을 제대로 받은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어떤 생각에 온몸이 간질거려서, 눈썹을 꿈틀거리며 침을 꼴깍거리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예전부터 어떤 사람들이 모금을 한다거나 (혹은 결과적으로 모금이 된다거나) 뜻을 널리 알리고자 할 때, 아주 먼 거리를 달리거나 걸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헤엄을 쳐서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과 연동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냥 돈을 달라고 하거나 주면 되지 않나? 그냥 뜻을 천명하면 되지 않나? 달리기/걷기/자전거 타기/수영이 그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지? 한계를 넘나드는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꼭 저렇게 해야 할 이유를 아무래도 알 수가 없었다. 그 둘은 전혀 연결되지 않는데.
잠깐, 지난 설 연휴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친척들과 커피+아이스크림 내기 윷놀이를 하려고 했더니, 경쟁이며 내기를 싫어하는 둘째가 역시 빠지겠다고 했다. 내 옆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그냥 윷놀이를 하면 되지, 도대체 왜 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있지, 그냥도 사줄 수 있고, 사주고 싶잖아. 우린 가족이니까. 그런데 그냥 갑자기 사주면 뭔가 어색하니까, 괜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안 그래도 재미있는 윷놀이 하면서 핑계 삼아 사주는 거야. 그럼 재미도 있고 서로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도 있으니까." 웬일로 한방에 통해서 둘째는 마음 편히 내기 윷놀이에 임했다.
그러니까, 션은 안 그래도 달리기를 할 거고, 이러나저러나 기부를 할 테다. 그런데 아무 상관없는 두 개를 엮어가지고 괜히 재미있게(이런 것이 전혀 재미없는, 왜 재밌다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달리고 기부를 하는 것이다. 2025년이라고 20.25km를 한 달 동안 매일 달린 다음 2025만원을 기부하다니!
나는 현실과 여건을 살피고 머리를 굴렸다. <어른 김장하>도 봤겠다, 나를 견인하기 위해 웬만큼 무리하는 것도 괜찮겠지. 나에게도 2025년이니까 (피부양자로서 0 하나 뺌) 2025천원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해볼까? (하프 이상) 마라톤 경기에 참가해서 완주할 때마다 20만원씩, 한 해 동안 열 번 나가는 거야. 성공하면 축하금 차원에서 25000원 덧붙이기.
완벽해! 정말 생각만으로도 더없이 흐뭇했다. 좋은 거 옆에 더 좋은 거라니. 좋은 거랑 더 좋은 거랑 묶을 수 있다니. 나의 자잘한 요즈음의 달리기조차 덩실덩실 신명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