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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숙녀 Feb 06. 2024

숙녀의 버킷리스트. 정신과에 가다 5


어디서부터 이야길 해야 할까.


이 정도의 불안과 우울, 강박을 느끼게 된 특별한 일이 있었냐 묻는 의사 선생님에게, 9년 세월을 넋두리하기란 불가능한 일.


만약 걸 해다 해도, 대가 이해진 못 할 것이었다. 아무리 인간 심리와 관계에 빠삭하고, 관련 데이터와 의학적 지식을 궁무진히 가졌다한들 그에겐 가장 중요한 게 결여됐으니까.


백문이 불여일견.

몇 날 며칠 성토대회를 하여,  상황을 4D각인시킨대도, 내 일상에 들어와 직접 봄으로써 깨닫는 이해를 따라갈 순 없일이었다. 다고 "해봤자 모르실 거예요. 약이나 잘 처방해줍쇼" 할 수도 없는 거고.


"편해지고 싶어서 왔어요"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누가 내 얘길 들을까 수다 통화도 꺼리는 내가, 생면부지인 이에게 도와달 자, 둑 터지듯 쏟아지는 눈물 아마, 이 발가벗겨진단 생각에 부끄러웠거나 마침내 여기까지 온 내가 대견  또는 가여웠거나, 이 사람에게만큼은 '누구한테 말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따윈 안 해도 된다는 안도. 복합적 반응이으리라.




회사서의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알면 아는 거고 말면 마는 거란 주의인 나는 거기엔 동의 않지만, 나 같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음 인정하는 동시에 존중한다. 아는 것이 힘인데 정보 어찌 힘이 니겠는가.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 회사는 많고 좋아하고 따라가는, 만 보자면 하게 에 충실한 곳이니, 더더욱 정보를 가진 자가 헤라클레스요, 피리 부는 사나이 .


나는 회사의 아싸.

정보의 극빈층이자 사각지대.

모든 게 없었다. 떠들 소식사람도 의지도 전부 없을 무.   완벽하게도, 회사 내 가십관심까지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 무얼 들어정보가 아니었고 혹여나 정보 같은 걸 얼결에 듣게 될까  타인의 대화불편까지 했다. 떠들 사람이 없으니 뭘 알게 돼도 오, 메모! 기억! 주접 떨 생각 애초에 로그아웃에, 내가 관심 없으니 남들도 러겠로 이어지는, 위 네 가지 '없을 무'의 앙상블은 나를 알고 싶은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자의적이자 타의적, 정보의 소외계층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동떨어진 곳에 서자니 보였다. 진짜 헤라클레스와 헤라클레스를 꿈꾸는 자, 헤라클레스를 흉내내는 자가.


셋의 차이는 가진 정보의 정확도, 그것을 대하는 자세, 그것을 전하는 태도였다.


진짜 정보를 갖고 있기에 본인의 입을 무겁게 다루는 사람과 그걸 무기로  사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길 들고 허풍을 떠는 이와 아닐 수도 있어 확실하진 않아라고 자신은 보호하면서, 이야기 속 주인공 함부로  오픈해 버리는 이. 그리고 의 사실 여부엔 관심 없이 기류에 편승해 그저 어제 끝난 드라마얘기하듯, 참 쉽게 타인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람까지.  


나 역시 사는 동안 저 안에서 결백했다 할 수 없지만, 새삼 끔다. 지금 다 몇 살인데. 학창시절에도 안 하던 대화를 소통이랍시고 할 수 있는지. 나이 들면 유치해진다의 그 유치가 이 유치면 나는 사양하고 싶은. 청춘보다 빡센 현실이 걸린 생존게임 그런 건가? 공공의 적을 만들어야 공동의 편이 생기는 일차원적인 든든함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과 정제를 거친 언론 보도와 달리 회사 복도와 휴게실, 점심과 저녁 자리에서 생산되고 전파되는 소식 대부분 자정작용을 거치지 않, 부화뇌동은 금물.


여자 셋이 모깨지는 건 접시가 아닌 세상. 꼭 여자가 아니어도 누구든 모여 얘깃거리 떨어지면 찾게 되는 연예인 얘기처럼, 무조건 한 번은 남의 얘기. 것도 열에 아홉은 안 좋은 얘기를 거치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나는 깨트리기보단 주로 깨져지는, 거치기보단 거쳐지는 역할.

필자의 개인적 의견임을 알립니다.


(일단 그렇다 치고, 그럼)

주로 누구에게 깨트림을 당했을까?




빅모씨는 여러모로 신선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형의 인물. 모든 빅마우스가 저럴까? 그럴  없을 텐데. 그럼 우리 회사의 빅은 왜? 신기했다.


1. 부지런했다. 바람만 부지런해야 피우는 게 아니고, 발 없는 말이 괜히 천리를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2. 발상의 전환이 놀라웠다. 문제가 아니기에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 것에서 문제를 창조했다.

3. (왜 하는지 모를) 플러팅의 귀재였다. 어떤 대화에서든 돈, 척, 인맥, 경험… 의 부를 아랑곳 않고 어필했다.

4. 낄끼빠빠의 해석이 자유로웠다. 낄 때는 낄 때여서 끼고, 빠질 땐 빠질 건 난 아니야 생각하는 듯 끼었다.

5. 생각하는 것은 행동에 옮겼다. 대화 흐름 따윈 가볍게 무시,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했다.

6. 내로남불. 나랑 친한 사람이 하면 로맨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면 천하제일의 막장드라마.


등등등...


특히 3번은 거의 상시,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왔는데 당장 생각나는 일화는 이렇다.

어느 날 퇴근 후. 나와 빅모씨, A만이 남아있던 사무실.

A: (입은 니트를 만지며) 살이 쪘나? 옷이 왜 줄어든 거 같지. (빅모씨를 보며) 작아 보이지 않아요? 이거 XX에 있을 때 산 건데, 거기 울이 좋대서. 울 100프론데 드라이를 맡겼는데 준 것 같아요. 아닌가? 살이 쪘나...

빅: 우리 집은 캐시미어만 입어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이고 돈은 많을수록 티 내지 말랬는데.(저럴 만큼 풍족하지도 않다는 게 정설신, 대체, ) 


빅모씨는 대부분의 대화에서 저런 식이었다. 어떤 회로를 거치 니트 사이즈를 묻는 말에 니트는 캐시미어만 입는다는 답나올 수 있는가. 대화 중 뭐라도, 돈이든 여행이든 인맥이든 이건 나 잘 산다 하겠다 싶은 키워드만 나오면 저런 패턴이니, 처음엔 당혹과 짜증이던 것이 차츰 짠으로 변모하기 이르렀다.


고 하면, 누군가는 그랬을 거고, 혹자는 이 순간 그러리라. 그게 왜?


그렇다. 돈이 많다는데 왜. 잘 산다는데 왜. 울니트 작아 보이냔 말에 캐시미어만 입는다는 그게 왜.


하등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신기한 발상과 화법을 가진 이가 다른 회사도 아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다른 무엇도 아닌 '빅마우스'로 활약? 하고, 그 단골 타깃이 젠장 맞게도 나라는 것라면, 어떻게 좀 내 쪽으로의 설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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