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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숙녀 Feb 05. 2024

숙녀의 버킷리스트. 정신과에 가다 4


오늘은 모름지기 전편의 여운과 기세를 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나의 언어로 외치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익명이 익명이 아닌 시대에, 화끈하게 서론에서부폭로전?을 감행할 배알이 내겐 없다.


손 일기는 쓰게 되질 않아, 여기라도랍시고 만든 해우소인데 그곳에서마저 시원히 비워내지 못 하는 꼴이라니.


볼 것 없는 누추한 곳에 머물길 택해주신,

누군가에겐 '밖에'겠지만 나에겐 '씩이나'인,

41명의 구독자 분들 중에 나를 아는 분이 있을 리 만무하거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나의 걱정은 자가증식의 정도가 심하고 속도빠르다.


나를 정신과(이하 마음과)로 끌고 간 이야긴 미괄식으로 두고, 오늘의 시작 반려병을 소개 것부터 하겠다. 이것도 나를 마음과로 들이민 부수적 요인 중 하나임엔 분명하니까.




내 반려병의 이름은 불면증. 나와는 10년 차.

그 긴 세월, 권태기도 없이 여전한 걸 보면

한 번 사람을 만나면 오래 가는 스타일인 듯다. 누가 좋아한다고, 누구 좋으라고.


사실 처음엔 꽤나 어리둥절. 상당 시간을 아했다.  젊은 나이(당시 27세)에 뭔 대단한 인생이고 골머리 썪을 일 있다고 잠을 못 자? 그러다 밤의 적막에 적응됐을 무렵엔, 한 관계가 긴 시간 지속된다는 건 쌍방필사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 데, 내가 불면증이랑 왜? 하는 생각.


그렇게 어쩌다 낼모레 불혹인 지금은 전적으로 수긍한 상태. 이 관계엔 내 노력 분명히, 상당히 들어갔으리라. 민감한 기질에 여린 성향, 또 그걸 들키는 건 시간제인 주제에 사람 잘 믿고 맘 주는 에 겁도 없었으니. 어쩌면 무수한 밤. 나를 잠 못 들게 한 건 나였을 지도 모 일이었다.




나이 앞에 장사 없다 말은 잠에서도 마찬가지. 20대 30대 초반, 후반의 불면, 그 후폭풍은 원이 달랐다. 그래도 30 중반까지의 불 그 후는 이튿날 체력과 정신력을 하루 먼저 빌려 쓰는 정도다면 후반 진 수명을 당겨 버티 느낌.


부산행과 킹덤,

그걸 나는  아침 거울에서 봤다.




불면의 가장 큰 고통 졸린데 못 자는 것이 아닌 자고 싶은데 잠이 얼씬도 않는 괴로움. 이 와중에도 남들의 밤은 사하다는 외로움.  기어이 아침 오고 말거란 두려움.


불면의 제일 큰 후유증신경이  '오늘은 자야 해'에만 몰두한다는 것. 돌것들이 많은데 죽어라 잠 타령만 해대니 아쉬운 소리가 줄 잇지 않을 리가. 밤낮 찬밥신세가 된 몸 구석구석에서 두통, 신경과민, 근육통, 손 저림, 식욕감퇴, 안구통, 소화불량... 갖가지로 플러팅을 해오는데... 약물중독이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중독되고 싶은 약은  잠. 자기 위한 건 거진 다 해봤다. 수면제, 운동,  아로마, 카페인 줄이기, 트리스 바꾸기,  기상과 취침 시간 루틴 . 하지만 숙면에 힘 좀 쓴다는 화려한 라인업도 무용지물. 그나마 수면제만이 날 잠으로 인도지만  3~4시간. 마저도 며칠 못 가 초라하게 퇴장했.


고무적인 건 내 불면증엔 한 가지 Kick이 있다는 것. 삼단논법으로 접근자면,


1. 나는 고향집에선 잘

2. 고향집은 주말에

3. 그러므로 나는 주말 잘 잔다.


그리고 여기   더 가면  수 있는 것.


4. 주말엔 회사에 안 간다.




내 불면은 회사에만 반응했다. 선택적 불면. 회사가 내 심리와 수면에 그렇게 타을 준다 중이 떠나면 그만일 노릇이겠으나, 나는 회사밉지도 싫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에 관해서는 애사심이라는 촌스러운 감정지배적인 편었다. 그지 않고서야 호프집 반건조 오징어마냥 꿔지고 뜯기고 하서도 9년 근속 어찌 하랴.


그럼 뭐가 문제냐. 답은 식상하게도, 사람. 예외는 있지만 보통 회사가 진짜 힘들 때는  일보다 돈보다 사람 때인 경우가 많은 법.


일해서 돈 벌자고 다니는 곳에서 사람에 치인다기가 차지만, 더 울화통 터지는 건 로 있다. 그런 빌런 전체도 다수도, 소수도 아닌 로또 같다는 것. 일단 나와 안 맞고 몇 명 안 되,  몇 명이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일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젠 무엇으로 보나 내 로또. 내 정신과 내원 동기의 한축을 담당하는 나에겐 빌런인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


글쎄. 밥줄이 회사 하나라 얼마나 솔직히 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못 먹어도 고.




내가 근무하는 과엔 '빅마우스(이하 '빅모씨')가 있다. 장 떠올리는 그 뜻이 맞다. 허나 여느 회사에나 있는 그런, 흔히들 말하는 '호사가'는 아니다. 내가 그렇게 칭할 생각이 없고 그렇게 여기지도 않기 때문. 그 이유는 명료하다. 빅모씨에겐 어떤 의미라도 '좋을' 호 자를 붙여줘선 안 된다는 나만의 정의구현?

빅모씨 :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보가 아닌,
'감정'을 전제로 한 '픽션'을
사실로 둔갑시켜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하여 전파하는 자


나이 서른까지 몰랐다. 모르고 살았고 몰라도 살 수 있었다. 런 사람는지. 그러니 서른 넘어서라 뭘,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런 사람잠시도 아닌 9년을 나의 곁에 있어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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