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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Feb 14. 2024

숙녀의 버킷리스트. 정신과에 가다 8


꾸역꾸역. 아슬아슬. 위태위태.


제 요즘이 그래요. 빼내서 쓸 이고 깡이고, 체력, 정신력  이젠 바닥을 치는 거 같아요.


사무실이 적막하면 숨통이 트이고, 삼삼오오 모이고 말소리가 시작되면 저는 그대로 굳어요.


다 컬러인데 나만 흑백. 살아 움직이는데 나만 얼어붙은 느낌. 그러라 한 적도 없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말을 해도, 알다가도 금세 또 모르겠어요.


정 많고 사람 잘 따르고, 화 좋아하고 장난 도 즐기는 내가, 왜 그런 나를 참으면서 멀뚱멀뚱 다른 사람들을 구경만 하고 있을까.


그치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저 에 내가 있는 그림은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내가 가면 하나둘 헛기침을 할 것 같고,

목소리가 보태지면 대화가 겉돌다 이내 멈출 것 같아요.


그런 생각 쳐지질 않아서, 그럼 이번 턴엔 구경꾼이나 하자 맘먹었으면 즐기면 되지. 달관을 못 하고, 긁으면 긁는 대로 순순히 긁혀주는 걸까요 나는.


나 긁작정한 말과 행동에 내가 기스 날 게 아니라 저들 손톱 갈리게 해주면 되는 건데, 왜 난 맨날  낮은 수의 셈에 뽀로로 반응할까요.


고상한 척하는 겉모습에 숨긴 계산이 나는 다 보이는데. 나만 당하고 나만 아는 것 같아, 억울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원망도 향해요.


렇게 1초도 쉴 새 없이 뇌를 괴롭히 오늘은 좀 일찍 여기 들습니다.


이 안은 그래도 편하거든요. 여기선 우수수 와르르. 둑 터지듯 생각이 쏟아져요.


없는 말을 하진 않지만 말이 말을 낳는다고. 하다 보면 하등 쓸데없고, 깊생각 않은 얘기도 퍽 스트레스 것처럼 나올 때가 있어요. 없던 불만을 말하다 만들어버린 느낌이랄까.


그럼 바로 정신에 찬물을 확 뿌려요. 이건 좋지 않다. 즐거운 얘기만 해서 좋은 기운만 나눠도 모자랄 판에 굳이 나쁜 에너지를 만들 필요는 없지. 조심하자! 해보지만,  말하다 보면 또 우수수. 꽤나 자주 붕어가 버려요.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거짓말 1위가, 이거 너만 알고 있어.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라던데.


근데 나는 정말이거든요. 여기에만 하는 말이 진짜 많은데. 런 이곳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안전할 수 있을까요.


내 속을 100프로까진 게우진 못 할 것 같아 답답하고. 풀기에도 뭔가 두려운 이 찝찝함은 어쩔까요. 사실 남들은 남의 얘기, 남의 글에 그다지 관심 없는데 말이에요.


모르겠어요. 머리 아파요. 일단 저는 그냥 지금 정도로만 떠들면서, 박카스를 밥처럼 먹고 타이레놀을 커피처럼 마시 버티다가, 그걸로도 안 되면 여기 한 번씩 오면서 존버해보죠 뭐.


요즘의 저는 나도 내가 걱정스러울 지경이긴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마세요. 내가 이리도  진 빠지게 지쳐있는 건 현실세계, 내 회사에선 아무도 모르니까. 저들 아니 저 둘이 하는 아닌 척. 저도 그 안에선 잘해요.


나은 때가 곧 오겠죠. 제가 초연해지거나 더 잘 먹고 잘 살 길을 찾거나 등등 뭘로든 나은 때가.


정신과. 아, 마음과 이야기는 오늘 쉬어갑니다. 제 리듬이 온전치 못 해서요.


마음과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 제 이런 얘기를 의사 쌤이 들었다면 무어라 하셨을까요?

그때처럼, 저는 누가 나쁘다 판단하거나 같이 욕을 해드리진 해요. 하셨을까요?


추측하건대, 저의 의사 쌤은 대문자 T가 틀림없겠습니다. 닥터에도 T! 티쳐에도 T!

에프는 어디에도 없는거 봐...

확신의 T상! 그렇죠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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