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애 say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씀씀 Nov 07. 2024

나는 글을 잘 안 봅니다


나는 글을 잘 안 봅니다. 내 글도 남의 글도.


미련하다거나 한심하다거나 할 수 있는 일인 거 압니다. 아는데도 보기 싫은 건 보기 싫은 것입니다.

     

사업을 하려면, 가령 그게 요식업이면.

해당 업종, 팔려는 주력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적어도 3년은 굴러봐야 이게 될지 안 될지, 어떻게 하면 될지 정도가 두루뭉술하게 보인다던데.


나는 3년을 글 시장에서 굴러본 적도 없고, 이 글 저 글

잡식성으로 읽지도 않아왔으며, 아니 하다 못해 내 글도 기껏해야 한 번, 진짜 심심하거나 마음이 동했을 때 쓴 글이면 두 번 읽으려나? 그러니 내가 성공을 못 했지요 글로.


나는 당장 성과가 눈앞에 보이고, 손에 쥐어지는 일이어야만 환장합니다. 그런 때엔 진짜 초능력 같이 전에 없던 지구력, 추진력이 별안간 훅훅 잘만 나옵니다.


그런 애니. 그런 내게 글쓰기, 글 읽기란 밤하늘 없이 사막을 걷거나,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일로만 여겨질 뿐입니다. 당장 반짝하는 어떤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누적되고 축적되면 마침내 내 것이 되고 그 자체로 힘이 되고 마지막엔 나의 자산이 된다는…


글쎄요. 어디 자기계발&자기개발서의 문장이거나

성인군자의 말씀 같은 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올 턱이

없습니다. 머리론 아는데, 공감도 하는데 몸이 안 따라줍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꼭 선택적으로 시력이 나빠집니다.

     

사실 옛날. 그래도 20대 때에는 분기에 한 권쯤은 읽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책을 세는 단위 ’권’이라는 게 어색할 만큼 멀어졌고,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이면 볼 수 있는, 남들 창작의 결실도 내겐 아주 아주 완벽하게 남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다지도 읽기가 싫어진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긴 하지만 이게 정확한 건지, 이유를 위해 만들어진 이유인지에는 확신 없습니다.

 

그럼에도 고백하면.


일단, 모든 글이 꼭 교과서처럼 돼버린 것 같아 싫습니다. 반강제적으로 무언가를 주입시키고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그 군데군데에는 꼭. 자기가 치면 되는 밑줄을

읽는 이로 하여금 치게 하려 세팅해 놓는 문장들이 어김없이 새겨져 있는 꼴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실은 제목은 더 그렇습니다. 솔직히... 나도 내 글에 그런 제목 붙이기가 허다하지만, 이름 모를 어느 나그네가 쓰는 글에 세상이 주목할 리 없으니, 제목으로 어필이라도 해야 그나마 한 번 봐질까 말까 하니 그렇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이건 해도 너무한다 싶게, 어그로 끌기 대환장 파티 같게만 느껴집니다. 속은 맹탕인데, 제목엔 소금, 설탕, 간장, 후추, 고춧가루, 미원, 다시다... 온갖 조미료를 범벅해 어찌나 깔롱을 부려놨는지, 제목만 보면 이 세상은 무료할 틈이 없습니다.


나는 겉과 속이,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을 싫어합니다. 같은 이치인가 봅니다. 겉과 속, 앞과 뒤가 다른 글. 보기도 전에 피곤하고 질립니다.     


그럼 내 글은 일관될까? 청백리 같은 글일까?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무언가를 쓸 때 그거 하나만은 지키려고 무한히 노력합니다라고는 말하겠습니다.     


한편 반대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겁니다.     

내 글엔 배움이 없다는 거.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가르칠 만한 위인이 되지도 않으니까. 무언가를 알려주려 하지 않으며, 그만큼 알지 못 하니까. 여기 중요해! 강조하는 문장은, 글쎄요. 일단 나중에 볼 일 있으면 나 자신 보기 편하라고 책갈피 해두는 느낌인 건데, 그런 부분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니 그 측면에선 내 글도 면목 없겠네요.          


한글 하나 띄워놓으면 나는 혼잣말 달인처럼, 래퍼처럼 그렇게 잘 놀 수가 없습니다. 프리스타일로 그 바이브를 계속 이어 나갑니다. 의식은 있는데 생각을 안 가진 채 써서, 나의 글은 쓰는 거라기보단 와다다, 써져버리고 마는 행위입니다.


달린 손가락이니 가는 대로 쳐본다는 느낌으로 흩뿌리는 글이기에 알맹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씹어 삼켜야 할 알맹이가 없어 그런가. 읽히기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훌렁훌렁 잘만 읽히니 어이가 없습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평범히 쓰고, 그 씀은 무심히 남겨집니다. 개중에 공감을 받는다면 그건 무척이나 귀합니다.


지금은 무덤덤, 도포 두르고 갓 쓴 양반처럼 하고 있지만 누군가 마음으로 공감하거나, 공적으로 써낸 글이  어느 이에게 칭찬 내지는 인정 받으면 그날 밤엔 그럼 누가 쓴 건데! 우쭐하거나,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꺅 발차기하며 행복해하는 걸 밤새 오가니, 확실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 부분입니다. 허나 이해합니다. 나는 푼수니까요.


글이 꿈이던 때가 있었는데, 글이 업이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그렇긴 한데, 꿈보다도 업보다도, 취미로 삼으려는 지금의 글쓰기가 가장 행복합니다. 또 가장 외롭습니다.

 

글은 사람 마음이라, 관심받지 아니하는, 혼자 쓰고 마는 글은 쓸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합니다. 일기가 세계 모든 나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안네 님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가장 개인적이지만 가장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글이, 일기라고 여기는 까닭에서 입니다.


글은 곧 그 사람 마음이니까요. 일기는 내 가장 바깥에 꺼내 보이고 싶은 내 가장 깊은 이야기이니까 말입니다.


나는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이 글은 나의 일기인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