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물건, 가성비 좋은 식당, 가성비 좋은 데이트 코스까지
처음엔 낯설었던 '가성비'라는 단어가 이젠 광고지에도 덕지덕지 붙어있다.
국어사전에 가성비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정의가 나온다
가성비價性比 [가성비]
명사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한다.
옛 우리 조상들이 말하던 "싼 게 비지떡"과는 정 반대의 단어가 유행이라니
신기한 일이다.
나는 가성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은 돈으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내 모습이 탐욕스러워 보여서
또 한편으론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기에
나에게 '가성비 좋은 OO'는 현실에 없는 물건 혹은 광고회사의 광고문구 정도의 의미다.
하지만 최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가성비를 외치는 덴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정보와 선택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사람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지금 우리들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세대지만
동시에 가장 여유가 없는 세대가 아닌가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왜 그래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옆 사람이 달리니 함께 트랙을 달린다.
(자원은 풍부하니 나이키 운동화와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달릴 순 있겠지만)
이때 실패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발을 헛디디는 순간 함께 달리던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내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나를 앞질러간다.
언제부터 '실패=절대로 해선 안되는 것'이 되어버렸을까
항상 성공하는 삶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린 어느새 실패를 터부시하고있다.
그런 태도가 일상에도 배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실패는 절대 해선 안되고, 그렇다고 많은 돈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
적당한 가격의 적당한 물건을 골라 적당한 품질을 누리면서
'가성비'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성비 좋은 인생은 원치 않으면서 왜 우리 인생을 가성비로 채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