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avrin Aug 16. 2024

그믐

간밤에는 잠 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떠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눈을 감은 채로.

손을 더듬어 타인의 흔적을 찾아보다.

혀 끝으로 말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ㄱ...ㅏ...ㄴ...ㅏ...ㄷ...ㅏ...

더듬더듬 내 목 안에서 솟아 올라오는 것들을

만지고 빚고 닿으면서

파열음의 소리들이 뭉뚝해질 때까지 매만지면서.



마주친 새벽의 얼굴은 내가 알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손을 뻗어 새벽을 어루만졌습니다.

새벽에게선 탄 나무 냄새가 났습니다.

손끝부터 가맣게 물들어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뻐끔뻐끔 내뱉을 모든 말들을 더듬고 나니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꿈 없는 잠에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