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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낙타 Dec 17. 2021

‘반박시 니말맞’의 시대에 칼럼을 읽고

** ‘’부분은 칼럼과 책의 인용 부분입니다.








17년 5월 금도깨비 모임을 시작했다. 아래와 같은 문구로 모집글을 올렸었다.

<아래와 같으신 분들 멤버로 모십니다>

* 가장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기 힘드신분,

* 아이키우기와 집안일은 나의 삶에 왜이렇게 힘드나...하시는분,

* 가장 가까우신 분들에게 '세상사람 다 그리 사는데, 넌 뭘 그리 특별하게 살려고 하니'라는 말을 들어보신분,

* 나의 몸과 마음을 좀 더 알아가고 싶으신분,

*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화가 치미시는 분, '근데 이건 뭐지? 왜 그렇지?' 의문을 느끼신 분,

* 생각하는대로 살고 싶으신분,

* 나의 능력과 용량에 한계를 느껴 책이란 걸 읽어보고 싶기 했지만, 그동안 딱! 생각만 하신 분,

* 시간되고, 수다되시는 분


지금 읽어보니 그때 기분이 되살아난다. 때를 놓치면 안될것 같은 기분. 생각대로 살 뭔가가 있을거라 기대했던 마음. 깝깝함의 연결을 시도해보고 싶었던 절실함. 이런게 꽉 차 있었다. 그 맘때 나는 ‘확신하는 사람들에 대해 질려버’렸고 그로 인해 ‘확신하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의심부터 하고, 관계의 지루함을 느꼈다. 재미가 없었다.  뭐 하는 사람이지? 나에게 뭘 원하는 거지? 그래서 뭘 하려는거지?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 역시 ‘확신’만을 부여안고 살았던 사람이라 나의 ‘돌보고 염려하는 마음은 역설적으로 폭력이 되’는 순간으로 되돌아와 왔다. 에너지가 없을때는 주변에 무신경하고 그렇지 않을때는 반대로 폭력적이기도 했다. 이런 나의 ‘확신’은 나로부터 출발한것이 아니라 아이의 일에서 시작했기에 흔들릴때마다 나의 모성을 의심하게 만들었고 자책하게 만들었다. 이때 금도깨비에서 처음 읽은 책이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이었다. 지금 읽으면 그저 평범할 책일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에게는 작지만 강렬한 진동으로 다가왔다. 그 책을 읽고 주변에 그렇게 말했었다. 달라, 뭔가 다르긴 다른데 뭔지 몰라서 뭐지? 그러고 있어.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은 말투, 세상에 대한 시선, 문장을 풀어가는 맥락 모두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신은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는 자세가 그간 나와는 다른 것이었다. 상대의 입장을 살피고 상대에게 어떻게 말을 잘 해서 나와 함께 하게 할것인지, 그러기 위해 나는 또 어떻게 바뀌어야할지 생각해왔던 나에게 ‘무례한 질문을 참지 말자. 대답할 가치 없는, 들을 준비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 쓰지 말자’고 말하는 입트페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말의 힘은 그때 나에게 아주 큰 쓰나미의 흐름처럼 고요하게 강했다. 나의 ‘확신’이 확신이 되지 못할 때도 꿋꿋해야했고 무려 타인에게까지 친절하려고 했던 나는 지금은 어떤가.


‘확신’이 있던 자리에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고 나의 일에만 몰두한 시간이기도 했고, 딴짓을 하는 시간도 있었고 타인을 바라보지 않고 나만 바라봤던 시간이기도 했다. 고립되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고 연결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시간이 흐름 지금 나는 아직 충분히 더 고립되고 싶다. ‘니가 언제 고립됐었니?’할지 몰라도 하하하. 내 입장과 마음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는거다. 말로라도 충족하고 싶은걸까. 칼럼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다 글의 말미 나의 마음과 맞닿은 구절을 만났다. ‘확신에 질려버린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염려하는 새로운 문법, 윤리적 관계를 모색하’고 싶다. 아. 나에게는 금도깨비가 1번의 관계 모색이었다. 2번 3번은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021.html?fbclid=IwAR3uzrkowV-hxF_i7zM97I51HxHX2lSjtpimvqUMWWuGzlEwSuy4VopQ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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