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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Oct 28. 2024

정숙한 세일즈가 재미있는 이유

(이 글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토일 드라마인 '정숙한 세일즈'에 대한 리뷰입니다.)



드라마는 많은 여성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공유한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 중에는 주인공보다는 오히려 주연을 둘러싼 조연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간다.

그네들의 일상이 우리의 삶과 밀착해 있기 때문이고, 드라마에서 다루는 극적인 사건들보다는 소소한 삶의 문제들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에 빠져들다 보면, 마치 아는 옆집 이웃과 수다 떨고 난 것처럼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정숙한 세일즈'라는 드라마는 참 잘 만들어지고 기획된 '완성품'에 가까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왜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다룬 소재의 때문에 재미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관심가질 만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인 '성'에 관해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보통 '부부의 성' 문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지만, '성'과 관련된 부차적이고 어두운 문제들도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다. 이를 테면, '불륜 남녀', '조강지처를 버리고 첩에 빠진 아버지들', '부부관계가 안 좋아 고민인 중년 부부들' 등등.....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성'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엄지척'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2. 가난을 딛고 일어서는 창업가 정신의 문제를 다뤄서 흥미롭다. 


이런 류의 '성공스토리' 드라마는 예전에도 많이 있었다. 

가령 필자가 재미있게 본 한국 작품은 '이태원 클래스'나 '스타트 업' 정도가 있었다. 


사람들은 가난을 딛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시대를 앞서가며 성공을 일군 '신화담'에 열광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정숙'은 여성 기업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차분하고 소극적으로도 보이지만, 할 말은 당당히 해 가면서 한 단계씩 사업의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있다.

사업을 접으라는 동네 사람들의 배척적인 태도에 맞서, 약수터에서 샌드백에 펀치를 날리며 

'절대 안 접어, 아니 못 접어~!'라고 소리치며 오히려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가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 정숙이 '성인용품 판매'라는 다소 껄끄럽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업을 어떻게 성공시킬지 추후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3. 가족의 의미를 다룬, 진실한 주제의 힘이 감동을 준다. 


이 드라마에서는 가족의 여러가지 측면을 다루고 있다.

미혼모, 실질적인 별거 가정, 이혼을 통한 한 부모 가정까지.

또 다른 주인공인 '연우진'분의 김도현 형사는 갓난 아이 시절 큰 화재를 겪고, 부모에게 버려져서 입양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되어 금제까지 돌아왔지만, 어머니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가족이란 뭘까?

반드시 제도적인 형태로 '정상적인 결합'을 통해 함께 살아야만 가족인 걸까?


나를 버린 부모라도 그 핏줄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있는 김도현 형사.

대놓고 첩을 데려와 모욕을 준 남편을 버리고, 따로 살며 자식들을 키워낸 정숙의 어머니.

친한 친구와 불륜한 것도 모자라, 불륜녀를 임신시키고도 제 자식이 아니라며 뻔뻔히 구는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한 정숙.


드라마에서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 안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된 아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아빠가 일 구하면 우리랑 같이 살 수 있는 거에요?"

"엄마가 웃으면 나도 웃게 돼요. 동화책에서 그러는데 행복은 번지는 거래요."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 엄마는 미혼모야. 하지만 누구보다 씩씩하게 나를 키워왔어." 


이 대사들은 주인공인 정숙의 아들인 민호와 미혼모 분인 '이주리'역할의 자녀 동우가 한 말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애써 숨기려해도 감춰지지 않는 진실들을.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진실한 의미에 대해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된다.



4. 1992년을 배경으로 둔 레트로한 감성 때문에 그리움을 유발시킨다. 


드라마에는 '심신, 서태지, 신승훈' 등의 가수 노래가 bgm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 시절 '비디오 대여점'이라든가, '볼록한 티비'라든가, '5일 장터'라든가, 학교에 가져가는 다양한 추억의 문구류라든가, 배우들의 촌스런 의상이라든가... 그리움을 유발하는 갖가지 레트로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아마 그 시절 초등학교를 다녔다거나, 그 시절에 젊은 시절을 겪었던 분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리라.

응답하라, 1988이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시청자의 폭이 다소 제한적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당시의 일반 가정의 모습을 재현했기 때문에 더 확장성이 있다고 본다. 




'성(性)'이 금기시되던 그때 그 시절인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라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성장, 우정'을 넘어선 무언가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결말까지, 사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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