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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편 대신, 더 든든한 나 자신을 발견하기

최고의 행복은 타인의 불행을 지켜보는 것? 조용한 희망 드라마를 보면서

by 은비령


요즘 싱글맘의 당찬 독립기와 고군분투기가 담긴 <조용한 희망>이라는 외국 드라마에 빠져있다. 주인공은 20대 중반 꽃다운 나이에, 늘 허름한 청바지와 단벌 외투를 입고 다니며 'maid' 겸 작가로서 살아간다.

그녀를 마음에 둔 훌륭한 남편감도 있지만, 그녀는 씩씩하게 말한다. 지금은 아무도 사귈 수 없을 것 같다고. 나는 그런 그녀의 결정을 보며, 때로는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잡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훨씬 쉬워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매 순간이 녹록치 않고, 하루를 끝마치는 것이 두려울 만큼 싱글맘으로서의 일상은 고되기 때문이다.


현재 드라마를 중반정도까지 봤는데, 지금까지 그녀는 적어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으로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고, 아이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주며 엄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그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인 망상에 사로잡힌 철 없는 엄마까지 돌보아야만 하는 처지이다. 결국 주인공의 엄마는 자신을 기만한 사기꾼 도박자인 전남편과 함께 그녀를 또다시 떠나버린다.



제3자의 시선으로 보기에 그 답답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내 삶이 그녀와 달라서 다행이라" 여겨진다. 다들 그렇겠지. 남의 불행에 동정하면서, 자신은 불행한 그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최고의 행복은 타인의 불행을 지켜보는 데서 비롯되지 않을까?

어쨌든 진퇴양란의 상황에 처한 그녀의 노력이 대견해보이고,

그 노력으로 인한 그녀의 앞날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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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작가 중에 의외로 싱글맘 출신이 많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 우리나라 작가 중 박경리 선생님, 공지영 작가. 그녀들의 책의 서문이나 작가와의 인터뷰 등을 종종 읽곤하는데, 박경리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내게 멀쩡한 남편이 있었다면, 글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조앤 롤링은 싱글맘의 외로운 처지가 되고 나서,

'세상을 바꾸려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평범한 30,40대의 가정주부가 아이를 키우면서 작가가 된다는 것.

그 중에서도 싱글맘이자 워킹맘들이 작가가 된다는 것.


비단 내 생활만 돌이켜보더라도, 내 일상은 늘 피로함과 고단함, 체력의 방전 등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이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개처럼 빛나는 보석같은 아이가 내 품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는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내 소중한 '아이는 나의 힘'이란 말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 바로 이런 감정이 본능적 모성애가 아닐까.


많이 부족할 테지만,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아이가 세상에 지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 돌아가고 싶은 따뜻하고 아늑한 쉼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싱글맘들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조용한 희망> 속의 주인공이 희망의 빛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듯이.

나도, 그녀들 모두에게도, 내일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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