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이어짐을 읽는 방법.
지난 4월 글쓰기 수업을 듣고 몇 개월간 에세이 드라이브를 통해 위클리 글쓰기를 하며, 꾸준함을 기르겠다고 다짐했으나. 9월. 취업과 함께 '꾸준함'은 비눗방울 터지듯 퐁퐁 터져버리고 말았다. 브런치 작가 도전도 삼수나 했는데. 마지막 글이 8월 31일이라니.
그렇게 9월, 10월, 11월. 그리고 12월이 시작됐다. 지난 삼 개월, 회사 적응과 일에 치였던 나날. 이제 새로운 회사도, 새로운 일에도 적응이 되니 다시 글쓰기에 마음이 기운다. 수영과 글쓰기. ‘나’를 '나’로 유지시켜주는 것들. (물론 이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나를 지켜주겠지만)
십이월 사일 토요일.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다녀왔다.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발걸음도 향하나 보다. 이 글은 퍼블리셔스 테이블 오픈 하루 전, 부랴부랴 예매를 하고, 시간을 쪼개서 다녀온 그날의 회고록.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까지 술을 왕창 마셨다. 물론 나 말고, 같이 마신 친구들이. 취한 친구들 셋 사이에서 혼자 멀쩡했던 나의 고통은 숙취로 고생하는 자들의 합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예매는 토요일 오후 세시. 친구의 집에서 일어난 시간은 열두 시. 친구의 집에서 나의 집. 나의 집에서 서울숲.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아슬아슬하게 세시에 도착한 서울숲. 한겨울 코트에 슬리퍼 끌고, 환장의 룩으로 뚜벅이는 뚜벅뚜벅, 지하철은 뚜벅이를 싣고. 빠르게 발을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게 이 신발뿐이라는 게 후회스러웠다. (집에 오는 길에 발 뒤꿈치 시려 죽는 줄 알았다.)
입장 전화, 온도 체크. 이제 어딜 가나 필수가 된 두 가지와, 옵션으로 나의 정신머리 없음 추가. 그 상태로 내 눈앞에 펼쳐진 건, 독립출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보고 싶었던 사람과, 알고 싶었던 사람과, 몰랐던 사람들까지.
보고 싶었던 사람과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알고 싶었던 사람과는 현재를 이야기하고,
몰랐던 사람과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그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가며
나의 처음과 최신을, 누군가의 처음과 최신을 더듬거리며 읽을 수 있었던 날.
2022년의 시작과 함께, 퍼블리셔스 테이블의 기록을 시작으로 처음처럼 다시 써본다. 위클리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