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시기. 새로운 계획도 세우고 있었지만 생각만큼 진행이 되지 않아 초조했던 시기.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아이의 말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 주지 못했던 때였다.
워킹맘일 때는 불가능했던 아이와의 오붓한 낮시간. 정말이지 소망하고 그리워했던 시간이지만, 막상 그해에는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해소되지 않아서였다. 아이와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나가거나 집에서 놀이를 함께하고 있어도 혼자서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는 그럴 때마다 내 상태를 귀신같이 알아챘고, 어떤 때는 귀가 아플 정도로 엄마 엄마를 소리 높여 부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