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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진 Aug 03. 2023

사회적경제, 어디에 있니?

수와 지도로 이해하는 사회적경제 3

일단 지도에 뿌려봤더니...


사회적경제기업 유형 중 대표적인 유형인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지도에 한번 뿌려보고자 한다. '지리'는 참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환경과 기후 등이 인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고, 지역별 인구 통계, 산업, 도시화 등의 변수가 인간 활동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어떤 법칙을 만들어가는지 등등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경제의 입지(설립 위치)는 다양한 변수와의 상호작용 결과일 수밖에 없다. 복잡한 통계를 이야기하기 전에 지리적 특징을 살펴보면 오히려 더 놀라운, 사회적경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다.


사회적기업의 지리적 위치(2022년 12월 기준)

먼저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 중 한 축인 사회적기업부터 전국 지도에 뿌려보았다. 인증 사회적기업 목록은 2022년 12월 말일을 기준으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주소를 xy 좌표로 변환하고, 이를 QGIS라는 지리정보시스템을 통해서 레이어를 형성하여 지도에 불러왔다. 모두 3,535개의 사회적기업이 코딩되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대도시권인 광역시에 군집을 형성하여 설립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과 인천 및 광주 등에 상당수의 사회적기업이 모여있다. 대충 '도'내 사회적기업 위치를 보면,  단연 경기도의  사회적기업의 수가 압도적이다. 서울과 가까운 대도시권에 사회적기업이 많이 몰려있다. 여기까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아마도 인구가 많은 도시에 사회적기업도 많은 것 같다는 정도 아닐까?


2022년 말 기준, 사회적기업 수가 가장 많은 기초지방자치단체 1위는 전북 전주시로서 83개가 확인되었고, 그다음으로는 충북의 청주시가 74개, 제주시(제주시는 행정시이다.)가 70, 창원시가 63개, 화성시가 58개 순이었다. 주소가 부정확하여 아주 적은 수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 경기도 1위는 언급한 화성시, 서울시 1위는 영등포구(50개)였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단 한 개의 사회적기업도 없는 곳은 두 곳인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도시와 지역 주민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언급은 생략하겠다. 울릉군조차 1개의 사회적기업이 존재한다.  


인구의 집중은 당연히 사회적기업의 매출 향상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인구가 많은 곳에 사회적기업도 전통적인 영리기업과 마찬가지로 활발히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역시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축인 협동조합을 전국 지도에 뿌려보았다. 등록 협동조합과 인가받은 사회적협동조합을 구분하지 않고 뿌린 것인데 주소는 coop.go.kr에서 얻을 수 있었다.

협동조합의 지리적 위치(2023년 5월 기준)

2023년 5월 31일 기준으로 코딩한 자료로서 모두 24,668개의 협동조합이 포함되었다.


협동조합의 수는 사회적기업의 수를 압도한다. 앞선 장에서 잠깐 설명한 대로 사회적기업의 인증은 매우 까다롭지만, 협동조합의 등록 절차는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말 그대로 등록일 뿐이므로 서류에 하자만 없으면, 어지간하면 등록을 받아준다.


협동조합은 비교적 간단한 설립절차로 인해 사회적경제의 입문 통로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먼저 학습하고 성과가 좋으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거나 보다 더 견실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한다. 다만, 이미 설립된 2만 4천 여개의 협동조합이 모두 잘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이 잦은 도마에 오르는 것이 이 지점인데, 페이퍼 컴퍼니처럼 설립만 이루어지고 특별한 성과 없이 서류에서만 존재하는 법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하튼, 지도를 대충 한번 훑어보면, 사회적기업의 지리적 위치와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대도시권과 경기도의 대도시에 상당한 수준으로 집적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기업보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퍼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두 유형을 한 지도에 겹쳐보면, 조금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어, 실제로 하나의 지도에 표시해 봤다.  


다음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붉은 점으로 표시한 사회적기업이 많이 분포한 지역에는 협동조합도 많이 분포한다. 반면, 사회적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위치라 할지라도,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협동조합은 넓게 퍼져 설립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 군 지역, 농촌 지역에 지역재생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적지 않은 것 아닐까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주제는 이 책에서 또 한 번 다뤄질 예정이다.


2023년 5월 기준,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협동조합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전주시로서 무려 535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전주시는 사회적경제의 규모(size)로 볼 때, 우리나라의 퀘벡과 같은, 몬드라곤 같은, 볼로냐 같은 그런 사회적경제 도시로 볼 수 있다. 전주시 뒤를 수원시가 411개로 잇고 있고, 다음으로는 서울의 강남구로 409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강남구는 좀 의외이다.  


인구규모로 표준화하면...


사회적기업의 수를 시군구 별로 모은 다음 그 수를 해당 지역의 주민등록인구로 나누어 그 값을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주민 1,000명 당 사회적기업의 수

여전히 서울의 일부 지역과 광역시 안의 일부 지역 특히, 광주시의 구 단위 도시에서 사회적기업의 인구 대비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대체로 사회적기업의 수가 많지 않아 보였던 강원도와 경상북도 북부 지역 그리고 충청북도 시군 중 경상북도 접경 지역 등에 상당히 높은 비중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1위는 강원도 정선군으로서 주민 1,000명 당 사회적기업의 수가 0.346개였다. 그다음을 강원도의 영월군과 인제군이 각각 0.319개와 0.312개로 잇고 있다. 강원도 도시들의 놀라운 선전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분모에 해당하는 인구 규모가 작아지면, 하나의 사회적기업 창업으로 인해 비중 자체가 확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인구규모로 표준화할 경우, 이와 같은 분포가 도출되었다는 것은 적지 않은 함의를 준다. 협동조합만큼은 아니겠지만, 사회적기업도 지역 재생을 위해 분투 중인 것은 아닐까? 쓰나미 같은 지방소멸의 현상 속에서도 지역을 지키는 주민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 중 하나가 사회적기업 아닐까? 이런저런 인사이트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분포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협동조합의 수를 시군구 별로 모은 다음 그 수를 해당 지역의 주민등록인구로 나누어 그 값을 지도에 표시해 보았다.

주민 1,000명 당 협동조합의 수

대체로 협동조합의 분포와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비교적 인구 대비 협동조합 수의 비율이 높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회적기업의 절대 숫자나 인구 대비 숫자 모두에서 비교적 열세였던 경기 동부권 지역이 약간 힘을 낸 모양새이다. 반면 경상남도의 힘은 더 빠진 것 같다.


여하튼 또 강원도 정선군이 주민 1,000명 당 3.319개로 협동조합 부문에서도 1위에 올랐다. 2관왕이며,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실질적 사회적경제 도시는 정선군으로도 볼 수 있다. 2위는 2.466개의 태백시였으며, 3위는 인구 대비 사회적기업 부문 2위였던 영월군이 차지했다. 역시 모두 강원도의 시군이었다.


그 뒤로는 전남 구례군(2.166개), 전북 완주군(2.08개) 등의 협동조합 활성화 정도가 높았으며, 서울의 중구(1.862개)와 종로구(1.821개)도 상위를 차지했다.


협동조합도 사회적기업과 마찬가지로 여러 방면에서 큰 위기에 봉착한 우리의 지방 중소규모 도시가 위기 탈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지역활성화의 수단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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