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편지
하나(華)
스물 한살. 대학 4학년. 고고학 전공. 성적이 우수하여 대학에 수석 입학. 빈틈없으나 가끔 엉뚱한 면을 보인다.
1월생.
스즈(鈴)
열일곱 살. 고등학교 2학년. 호기심이 많고 행동파. 공부를 싫어하지만, 책 읽기를 좋아한다. 5월생.
요시코(美子)
하나와 스즈의 할머니이자 그녀들의 이름을 지어준 사람. 꽃을 좋아했다. 향년 일흔넷.
아야코(文子)
오십 살. 하나와 스즈의 어머니. 요시코의 외동딸. 엉뚱하고 덤벙대는 성격이지만, 감이 날카롭다.
타로(太郎)
하나와 스즈의 아버지.
세이시로(清史郎)
통칭 '대머리 할아버지'. 동네 이발소의 노인. 일흔여덟 살. 이웃들과의 교류가 적어 그의 본모습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일솜씨 만큼은 뛰어나다.
다나카(田中)
같은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는 것이 일상.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고, 남을 돕는 데에 열심이다. 오십 살. 네 남매 중 막내.
다나카 타카요(田中貴代)
다나카 아주머니의 어머니. 여든셋. 젊은 시절에는 간호사로 일하며 주위 사람들을 많이 도왔다. 그러나 이제는 치매 증상이 시작되었다.
봄볕이 따스한 날. 툇마루 위에는 여덟 살의 하나와 네 살의 스즈, 그리고 요시코의 모습이 보인다.
주위에는 종이접기와 털실 뭉치가 흩어져 있다.
스즈: "할머니, 할머니, 그거 해주세요!"
요시코: "응? 그거?"
스즈: "네, 그거요!"
하나: "스즈, 그거라니 뭘 말하는지 모르시잖아."
스즈: "에이, 그거라니까요. 저기, 머리가……."
요시코: "아아, 그래, 그래. 그거 말이지."
스즈: "네! 얼른요!"
요시코: "그래, 그래……
하나, 왼쪽부터 벗겨지네.
둘, 가장자리부터 벗겨지네.
셋, 오른쪽부터 벗겨지네.
넷, 옆에서부터 벗겨지네.
다섯, 어느새 벗겨졌네.
여섯, 반대도 벗겨지네.
일곱, 비스듬히 벗겨지네.
여덟, 역시 벗겨지네.
아홉, 여기서부터 벗겨지네." (주1)
요시코의 노래를 들으며 하나와 스즈는 깔깔 웃는다.
요시코: "열 번째는……?"
하나・스즈: "이발소 갈 필요 없네!”
(하나, 스즈, 요시코의 웃음소리)
하나: "있잖아. 스즈가 얼마 전에 이발소 아저씨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려고 했거든."
요시코: "어머어머."
스즈: "근데 진짜 웃기잖아! 이발소 아저씨인데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없었다니까?"
요시코: "이발소 아저씨도 말이다, 예전엔 머리카락이 많~~이 있었단다."
요시코는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듯 먼 곳을 바라본다.
(주1) 일본 쇼와 시대 (1926년~1989년) 의 구전 동요로, 특유의 풍자와 유머를 담고 있는 동요입니다. 일본의 각 지역별로 가사는 조금씩 차이가 나며, 원작자인 이마모사의 출신지 오이타 현의 가사를 본작에서는 채용하였습니다. 대체로 ‘禿げてきた’(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했다)는 표현을 반복하면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머리가 빠져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