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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Jan 04. 2023

졸업식날 고백을 받았다

유치원 졸업식날

보송이는 러브레터를 받았다.

ㅇㅇ이는 반친구 모두에게 카드를 보냈다.

대략 방학 잘 보내 사이좋게 지내자 그런 내용이었다는데

그중 보송이의 카드에는 널 좋와해라는

대담하고 달콤한 말이 들어있었다.


보송이는 졸업식 행사 내내 그 카드를 계속

보고 또 봤다.


집에 오는 횡단보도에서 물었다.

"ㅇㅇ이가 보송이를 좋아한대!"


"응" 보송이가 대답했다.


같이 오던 친구 ㅅㅎ이가 덧붙인다.

"맞아요. ㅇㅇ이가 보송이가 자기 이상형이라고 그랬어요."


이상형????? ㅍㅎㅎㅎㅎㅎㅎㅎ 일곱 살의 이상형 단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지만 아이들 얼굴이 진지해서 머쓱해진다.


"보송이는? 누가 좋아?" 내가 묻자 보송이는 바로 대답한다.

"나는 내가 제일 좋아. 그렇잖아. 나 자신부터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거야. 맞지?"


보송이가 좋아한다고 짐작 가는 아이는 있지만

보송이는 늘 말을 아낀다. 이런 식으로 돌려버린달까?


전에는 보송이가 집에 와선 "오늘 한 친구가 결혼하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나는 결혼은 안 할 거라고 했어."

ㅍㅎㅎㅎㅎㅎㅎㅎ


말을 아끼지만 카드를 보고 또 보던 보송이의 상기된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보송이의 일곱 살 인생에 핑크빛 물이 스며들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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