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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Oct 25. 2022

칠십이 넘은 엄마도 인도 카레를 좋아한다

쿠팡이츠로 배달 슝~


어제 저녁을 차리다가, 엄마 김치에 돼지고기 큼직하게 썰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려다가 문득 엄마가 예전에 서울대 입구 ‘옷살’에서 드셨던 인도 음식 얘기를 자주 하셨던 기억이 났다. 엄마는 인도음식, 태국음식, 두리안 이런 것들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우리집에 오시지 않는한 그런 음식을 드실 기회가 없었다. 김치를 볶다가 얼른 전화를 드렸다. 전화기에 붉은 들기름이 튀었다.


엄마 저녁 드셨어?

인자 묵을라고 차린다 아이가.

엄마엄마 그러면 내가 지금 인도 음식 배달 시킬테니 30분만 기다리세요. 괜찮지?


단돈 만원도 돈 쓰지 말라고 말리시는 엄마가 어쩐일인지

그라믄 그랄래?

너무나 순순하게 답하셔서 나는 약간 슬퍼졌다. ‘옷살’만큼은 아니지만 블루리본 서베이 인도 음식점이 있길래 빨락빠니르와 치킨 마크니를 주문해 드렸다.


식사를 다 하셨을 무렵 다시 전화해서 어떤게 더 맛있었냐고 했더니 빨락빠니르가 더 맛있었다고 하셨다. 나랑 같은 입맛이다.


엄마 그 초록색은 시금치예요. 이름은 빨락빠니르예요 나는 하나씩 설명해드렸다. 엄마는 잘 외워두었다가 친구분들 앞에서 빨락빠니르를 먹었다고 말씀하실것이다.


서울에서 배달앱으로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정작 그 옆에 사시는 분은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도 아이와 함께 살때보다 언어나 사회변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엄마가 잘 난 아를 잘 못 키운거 같아 미안하다고 가끔 말씀하시는데 그럴때마다 그 아는 이제 잘 늙어가는 중이라고 정정해드린다. 가을이 좋기도 하지만 공기가 어쩐지 쓸쓸해서 나는 이제 봄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아침이면 투명한 푸른빛에 감탄하겠지.

팔짝 뛰면서, 손뼉을 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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