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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의 무한책임 Apr 22. 2022

[한줄책방] 손에 잡히는 것들

이해인 <작은 기쁨> 


1. 먼 길을 가게 해주는 것들은 작은 기쁨들이다. 그것들은 길 너머에 있어 손에 잡히지 않거나 아스라이 보이는 것들도 아니다. 내 눈앞에, 내 주변에 널려있는 꽃들, 풀들, 물, 이웃의 작은 지붕 같은 것.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실물을 가진 것들.     



 

2.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오랜만에 펼쳐 들었다. 현란한 수식어나 난해한 표현 없이 따뜻하고 정겨운 글귀들에 잠시 젖어있었다. 몸이 축축하고 추울 때면 수녀님의 시집에 한 번씩 몸과 마음을 쐬어야겠다. 


어제는 집 뒤편 산책길을 잠시 걸었다. 퇴근한 뒤 뭔가 이끌리듯 나섰다. 아침저녁으로 늘 창으로 보는 산책길인데 자전거를 구입한 뒤 자전거를 타고 한두 번 다녀왔을 뿐 그 후로는 가지 못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짧은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산책로는 적당히 정겨웠다. 길 양쪽으로는 텃밭들이 있었다. 밭을 일구는 사람도 있었고 아직 일몰 전, 적당히 밝음과 서늘한 공기 속에 사람들은 조용히 다정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걷거나 벤치에 앉기도 했다. 배추꽃인지 갓꽃인지 이름을 잘 모르는 유채꽃 비슷한 노란 꽃들이 빛 무더기처럼 여기저기 길을 밝히고 있었다.  짧은 산책이었다.      


다녀와 생각해보니 더욱 그리운 길이다. 

나의 작은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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