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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Dec 21. 2020

네 마음은 네가 제일 잘 알 것 같지?

응, 아니야.

심리학 책이 있으면 무조건 고 본다.

온라인이라 할지라도.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책을 훑는 방법은 같다.

목차 정독과 기획의도와 리뷰 순이다.

그런데 희한한 게 리뷰에서 칭찬하는 건 믿지 않는 편인데 혹평을 하는 리뷰를 읽어보면 책에 대한 감이 온다. 리뷰는 쓴 사람이 기분이 나빠서인지, 나름의 분석을 통한 결과인지는 바로 보이니까.



사실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야.


심리학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치유되지 않은 오래된 트라우마들로 인해 마음은 피폐해지고 신체는 병들어가고 일상은 힘들어지는데 해방구도 보이지 않았을 때. 그 큰 구멍을 메울수도 없고, 전문가를 찾아갈 용기도 없을 때 였다.


지금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잘 만든 심리학 책은 많은걸 알려준다.


그날도 하이에나처럼 도서판매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었고, 신간으로 나온 어떤 심리학 책의 리뷰에서 눈에 띄는 글을 읽었다.

'대부분의 심리학 책은 읽다 보면 처음에는 아~ 이렇구나. 하고 의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게 되어 기쁘지만, 그게 다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 였다.


(다른 장르였다면) 여기까지만 보면 책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는데 나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심리학 책은 마음을 안심시키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안하게 만드는 책도 아니다. 그럼 어떤 책이냐?












요즘 심리학 책은 '불안'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이 다룬다. 유행에 잘 따르는 우리나라는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특정 이슈가 퍼지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힘을 발휘한다.

한때 나는~살기로 했다 라는 책이 만무하다가 자존감 붐이 일었고 꽤 오래 지속됐다. 그리고 지금은 '불안'이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때란 없지 않은가? 심리와 관련한 그 어떤 단어라도 끄집어내어 얘기하기 시작하면 유행하지 않을 단어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점이 유일하게 패션과 다른 점이 아닐까.)


많은 심리학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바위에 집중한 책, 나무에 집중한 책, 새에 집중한 책 등 굉장히 방대한 양이지만 결국은 숲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가장 좋은 심리학 책은 당장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 당장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불안을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나 그런 거라고?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고? 대부분의 시람들이 주변의 지나친 편견 때문에 트라우마를 계속 방치한다고? 라잌 충치."

길게 썼지만 결론은 '심리상담을 한 번 받아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에게 이런 의식의 흐름을 만들어준 책이 있다.

책의 저자는 유명인을 치료하며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 저명한 정신건강 전문의도 아니고 심리학 석사 박사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도 아니고 평생을 정신건강의학에 종사하여 몇백 명을 만났다는 고수도 아니다.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여 상담사 일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서늘한 여름밤'이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와 책, 강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이다. 책을 여러 편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 뭐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그녀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 같았고 상담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심리학을 전공해서 상담사 일을 하다가 진절머리를 치며 때려치우고 지금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모로 내 표현과 유사한 것 같다.


이 글을 쓰게 만든 심리학 책의 리뷰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나는 상담을 받고 싶지만 상담에 대한 고정관념과 두려움으로 힘들던 시절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다.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했다. 책 제목만 보면 이런 책 몇 권만 있다면 세상의 힘든 일을 아주 만사형통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볼 때마다 심봤다고 외치는 심마니의 심정으로 책을 사서 읽어댔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사고의 흐름, 몰랐던 심리기제를 알게 되었을 때의 희열, 정말 바보 같은데 천재같은 뇌의 기능을 알게 되었을 때의 이득을 뒤로하고 몰려오는 건 불안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밀물처럼 몰려온다. 그건 책 때문이 아니다. 책만 보면 불안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 책이 주는 안정감이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효엄은 그리 길지 않다. 진정한 치유는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이뤄진다. 고 믿는다.




사람들이여 상담을 받으세요. 심리상담. 사실 우리는 상담과 아주 근접한 삶을 살고 있답니다.


한 해의 운을 점치기 위해, 결혼할 사람과의 궁합을 보기 위해, 아이의 평생을 함께 할 이름을 짓기 위해 무속 신앙은 그리 잘 믿으면서 심리상담은 꺼리는 이 분위기가 기이하다. 일전에 한국인이 점을 보러 다니는 것은 심리상담 대용의 기능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미 심리상담의 기능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점쟁이와 상담사가 왜 다른 걸까. 가격 때문이라면 점 보는 것도 저렴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짜 상담사(내담자를 돈으로만 보는 경우, 공신력이 없는 기관에서 자격증을 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짜 상담사도 신뢰하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점쟁이만큼 속이기 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신내림을 받은 진정한 점쟁이도 분명 있다.(직업으로서의 점쟁이님 존중합니다. 저도 엄마가 대신해서 제 점을 봐주고 있답니다. 결혼할 때는 다이아가 좋지 않다고 하여 다이아를 거의 사지 않을 뻔하기도 했답니다. 결국은 반짝이를 포기할 수 없었지만 남편과 심하게 싸울 때면 손가락의 다이아 때문인가 의심을..) 아마도 가장 큰 것은 '시선'이지 않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상담 초기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상담 일정과 겹치면 '일이 있어 못 간다', 고 대답했다. 요즘은 그 날 상담이 있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상담을 받는다고? 네가? 왜? 뭐가 힘든데? 어떻게 힘든데?라고 묻지 않는다. 한 친구는 내 추천으로 상담을 받기도 했다. 상담을 다니며 많이 느낀 건 의외로 많은 사람이 기회가 있으면 상담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그 시선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일수도 있다.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정말로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건 그사람의 문제다.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니 안심하길.




모두 상담받고 회개합시다.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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