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 가면, VPN
지난 글에서 우리는 IP 주소가 마치 디지털 세상의 집 주소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는 그 주소를 남기고 흔적을 남깁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혹시 이 주소, 누가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탐색, 그리고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은 욕구는 점점 커져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인터넷 흔적을 감추는 기술', 바로 VPN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VPN은 Virtual Private Network, 즉 가상 사설망을 뜻해요. 조금 쉽게 말하자면, 내 컴퓨터와 목적지 서버 사이에 '비밀 터널'을 하나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 터널을 통해 보내는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외부에서 볼 수 없고, 데이터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중간의 VPN 서버를 거쳐가기 때문에, 내 IP는 VPN 서버의 IP로 바뀌게 됩니다.
[나] → [VPN 서버(가짜 IP)] → [인터넷 세상]
이런 식으로 말이죠.
보통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 할 때, 내 IP 주소와 데이터는 고스란히 인터넷 제공업체(ISP)를 거쳐가는데요. VPN은 이런 정보를 암호화하고, 중간 IP로 바꿔치기해서 ISP나 해커가 나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어줍니다. 그렇다보니 VPN 기술은 기업의 외부 접속 보안, 정부의 감시 회피, 콘텐츠 제한 우회 등 다양한 필요에 의해 발전하게 되었죠.
VPN은 단순히 보안을 강화하는 도구를 넘어서, 지리적·정치적 이유로 제한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회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VPN이 없다면,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미국 전용 콘텐츠를 볼 수 없고,
미국에서는 한국의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 접속이 제한되며,
해외 여행 중에는 한국 은행 사이트나 국내 서비스 앱들이 접속 자체를 차단하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VPN은 내 위치를 '가상의 다른 국가'로 바꿔주는 기술을 통해 그 지역에서만 열리는 사이트나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VPN이 가장 널리 쓰이는 예시 중 하나는 중국이에요. 중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트위터) 등 대부분의 해외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어요. 이런 정책을 흔히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 구글에 접속하려면, 해외 서버를 통해 우회해야 하고, 이때 VPN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으로 작동합니다.
중국에서 장기 체류 중인 유학생, 출장자, 디지털 노마드들은 VPN 없이는 검색, 업무, 소통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죠.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인데요.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은 국가별 라이선스 정책 때문에 같은 콘텐츠도 어떤 나라는 볼 수 있고, 어떤 나라는 못 보는 일이 생기는데요.
이럴 때 VPN으로 가상 위치를 바꾸면 다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시청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일부 서비스에서는 VPN 사용을 탐지해 차단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해요.
정리하자면, VPN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막혀 있는 곳에서 검열의 장벽을 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VPN 사용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거나 제한하기도 하므로, 해외에서 VPN을 사용할 땐 현지 법률과 규제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VPN이 프라이버시 보호, 보안 강화, 콘텐츠 우회까지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인 건 사실이지만,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VPN을 쓰면 완전히 익명해진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VPN은 IP 주소를 숨겨줄 뿐, 로그인한 웹사이트에서 수집하는 쿠키, 기기 고유 정보, 사용자의 행동 패턴 등은 여전히 추적될 수 있습니다.특히 VPN 제공업체가 로그(접속 기록)를 보관한다면, IP 주소를 숨겨도 그 기록은 결국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노로그 정책(no-log policy)을 제대로 따르는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시중에 많은 무료 VPN 서비스가 있는데요. 무료라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합니다.
대표적으로, 무료 VPN은 접속 데이터를 수집해서 광고사에 판매하거나, 트래픽을 암호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악성코드를 배포하는 경우도 있죠.
따라서 VPN 선택 시엔 보안성과 신뢰성을 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VPN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모든 국가 제한 콘텐츠를 우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디즈니+, HBO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VPN 탐지 기술을 통해 접속을 차단하거나 오류 메시지를 띄우기도 해요.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VPN 접속 자체를 감지하고 인터넷 연결을 끊거나 법적으로 금지하기도 하죠.
VPN은 ‘통신 구간’을 암호화할 뿐, 당신의 PC나 스마트폰에 있는 악성코드나 해킹 위험까지 막아주는 건 아니에요. 내 기기에 악성코드가 깔려 있거나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민감한 정보를 입력한다면 VPN이 있더라도 개인정보는 그대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1편에서 간단히 언급했던 HTTPS인데요. HTTPS는 웹사이트와 주고받는 데이터 자체를 암호화해주기 때문에, VPN과 함께 사용할 경우 보안 효과가 훨씬 강화됩니다.
요약하자면, HTTPS는 특정 웹사이트 안에서의 통신 내용을 보호해주는 기술, VPN은 전체 인터넷 사용을 암호화하고 IP를 숨겨주는 보호막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VPN을 통해 IP 주소를 숨기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완전한 은둔은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IP만 바뀐다고 해서, 우리가 웹사이트에 남기는 흔적까지 지워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에요. 바로 그 흔적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로그인 정보를 기억하는 쿠키, 접속 중인 사용자를 구분하는 세션, 브라우저에 남는 데이터 로컬스토리지를 중심으로 살펴볼텐데요.
다음 이야기: '[쿠키 vs 세션 vs 로컬스토리지] — 웹은 어떻게 나를 기억할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