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10월의 어느 맑은 날
서울에서 단풍 구경을 간다면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우리에게 마침 부암동 서울미술관 관람 티켓이 생겼다. 내부 전시는 물론, 석파정(흥선대원군 별서에 있는 정자)에도 입장할 수 있다. 인왕산 자락에 단풍이 적절하게 들기를 기다렸다.
날씨가 좋은 날은 단풍이 아직 덜 들었거나, 단풍은 들었지만 날씨가 궂은날이 이어졌다. 몇 주 간에 인내 끝에 아마도 올가을 가장 좋은 날씨 중 하루에 석파정을 찾았다. 광화문, 경복궁, 자하문 터널을 지나 점심쯤에 부암동에 도착했다. 석파정 인근에는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 든든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입구를 지나 전시관을 통해 외부로 나가면, 바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일부러 주말을 피해 한적한 시간대를 골랐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석파정의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은 감을 수확할 때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감나무 가지 끝에 달린 감을 소량 남겨놓았다. 작은 배려로 인해 새들은 먹을거리가 변변찮은 겨울을 버틸 수 있게 된다. 이런 풍습을 친숙한 까치에게 빗대어 까치밥을 준다고 했다. 까치밥이 잘 무르익었다.
석파정이란 이름은 대원군의 호를 따 지었다. 오후 내에 그늘진 석파정보다는 햇볕이 쨍하게 드는 별서 공간이 더 마음에 든다.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는 항아리가 가득 놓여있다. 별채의 협문으로 바라보는 풍경도 재미있다. 곳곳에 벤치를 두어서 관람객이 쉬어갈 수 있게 신경 썼다.
너럭바위는 코끼리의 형상을 닮서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린다. 옛날에는 이곳에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산을 끼고 있어서 한낮에도 그늘진 곳이 있고 조금 쌀쌀했다. 에린은 환절기 감기로 고생 중인데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석파정의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았다가 조선시대 말기를 떠올리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난 며칠 미세먼지로 온 하늘이 뿌옇게 흐렸다. 어제가 절기상으로 입동이었다고 한다. 바람이 있다면 더 추워지기 전에 맑고 깨끗한 하늘을 더 보고 싶다.
서울미술관 석파정
휴관일: 매주 월요일
관람 시간: 화-일요일 12:00~17:00
관람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