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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종 Dec 18. 2023

(책한구절) 다큐멘터리는 각성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중에서

신초인가 단시인가


"저는 작품을 본 사람의 내부에 픽션은 도취를, 다큐멘터리는 각성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이입을 유발하여 보는 사람을 주인공에게 동화시킴으로써 현실과 멀어져 두 시간 동안 꿈의 체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픽션과, 타자로서의 등장인물을 작품 안에 우뚝 세움으로써 오히려 보는 우리 쪽을 비평하는 역할을 하는 다큐멘터리. (그래서 저는 단순히 도취되어 눈물이 나는 다큐멘터리를 싫어합니다.) "



 

TV 시청이 줄어들면서, 다큐멘터리와 일반 대중이 만나는 접점 또한 축소되어 가는 듯하다. 예전에는 각 방송사마다 시사∙경제∙세계∙역사∙인문∙인물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다큐멘터리를 반의무적(?)으로 만들고 편성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은 좋아하고 대부분은 관심이 없는 다큐멘터리이다만, 비록 접근성이 떨어지는 심야 시간대에 편성이 되었음에도, 다큐멘터리가 새로운 시청자를 만나는 기회는 TV 시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마도 특별히 볼 것이 없어서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우연히 화면을 멈추는 경우가 가장 많지 않았을까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말한 것처럼 다큐멘터리가 '우리 쪽을 비평'하고 본 사람의 내부에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면, 지금 이 유튜브 시대는 그 역할을 하기 너무 어려운 시대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만 골라서 소비한다. 그리고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입장을 견고하게 지지해 주는 듣기 좋은 이야기에 둘러 쌓이게 된다. 내 생각을 스스로 의심하고, 나를 둘러싼 수많은 콘텐츠를 검증해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노력이 있지 않는 이상, 보는 '우리 쪽을 비평'하고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발생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입는 옷과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열성적으로 검색하면서도, 자신들의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3세계의 초토화된 자연환경과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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