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을 만나다
생활은 고절이며
비애였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
<생활>의 마지막 구절
시장 거리의 먼지 나는 길 옆의
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 멍석의
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
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
나는 자꾸 허허...... 웃는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 하나의 생활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서면서
이 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
<생활>에서
김수영(1921-1968)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여, 침을 뱉어라>
**김수영 논문의 정확한 제목은 <김수영의 변증법적 공간 연구>입니다. 읽으면 논문이 으레 그렇듯, 머리가 아파오고 이내는 수영이 싫어질지도 모르니 읽지 마십시오. 연구자의 못된 사랑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