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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인사 Sep 24. 2023

난 지금 강한 담금질을 당하고 있어.

결혼을 하기 전 한없이 연약하고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나.

어린 시절엔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 속에 편히 자랐고, 스무 살부터는 아빠처럼 큰 산이 되어주는

남편을 만나 티 없이 청춘을 보냈다.

겁도 많아 용감하게 나서는 일도 잘 없었고 집순이라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으면 집에서 쉬는 게

나의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회 경험도 부족했고, 사람이 늘 융통성도 부족하고 어찌 보면 나약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점점 내가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지를 몸으로 부딪히며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강철이 되어야 했다.

남편이 언제나 그랬듯이 나의 큰 산이 되어주었지만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혼자 담금질을 이겨내야 했다.

강철이 되는 그 과정은 대장간에서 튼튼한 철을 만들기 위한 대장장이들의 모습과 같았다.

아주 뜨거운 불에 들어간 쇳덩어리는 수많은 담금질로 아주 튼튼하고 쓸모 있는 철이 되듯이 말이다.


담금질
1 고온으로 열처리한 금속 재료를 물이나 기름 속에 담가 식히는 일.
2 부단하게 훈련을 시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낚시를 물에 담갔다가 건졌다가 하는 일.

- 출처 : 국어사전 -

지금 나의 삶을 들여다보았을 때, 대장간의 담금질만큼 삼십 대와 지금 현재를 표현하기에 적당한 건 없다. 딱 그게 맞는 표현이다.

한없이 나약한 청춘은 결혼 후 아이들을 통해 큰 담금질을 당하고, 세상에는 자본주의로 인해 비참할 때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배신감 등을 담금질로 혹독하게 당한다.


파워 J인 나에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의 그 상실감과 좌절감.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세울 수 있는 계획과 어쩔 수 없는 대자연의 계획을 담금질을 통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철은 공기가 들어가고 휘어져 제대로 된 철의 인생을 살 수가 없게 된다.


9월은 나에게 참 잔인한 달이다.

아이 둘이 아프다. 한 아이는 엄지발가락을 태권도에서 놀다가 다쳤고,

한 아이는 코로나 때 놓쳤던 시력으로

양쪽 시력 차이가 심한 부동시가 또 말썽이다.

둘째의 발가락은 시간이 지나면 잘 붙을 것이기에 큰 걱정은 없다.

하지만 첫째의 시력은 그로 인해 아이도 나도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그 생각만 하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난 엉엉 운다. 가슴속 깊은 응어리를 부여잡고.

계속해서 나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조금 된 것 같으면 다시 올라오고 또 올라오고 느껴보고 싶지 않은 고통은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나를 시험한다.

이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얼마큼의 담금질 속에 난 강철이 되어 있을까.

담금질만 계속 당하는 건 아니겠지.


나약한 한 소녀는 담금질을 당하며 조금씩 강해지길 소망하다.

집집마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담금질을 당하면서 강해지듯

나 역시 강철로 거듭 나 번쩍번쩍 눈부신 쓸모가 되길 바라본다.


오래 담금질한 쇠가 좋은 칼이 된다
             -래리 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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