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개월 만에 새로운 글을 쓰게 되었다. 그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은 너무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작년 봄, 결혼 1년 만에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막연히 아기를 기다렸다. 막연히라고 표현은 했지만 항상 언제든 찾아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따뜻한 봄날 찾아온 아기를 예정일까지 무탈하게 품고 있다가 2020년이 시작되고 3일이 지난 후에 건강하게 출산을 했다.
주변 지인이나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있다지만 몸소 겪어본 출산과 육아는 생각보다 더 만만치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몸은 급격하게 변했고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제어하기란 꽤 힘들었다. 이 과정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한들 누군가에게 섣불리 출산을 종용해서는 안 될 만큼 위험하고 여자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나는 다행히 임신 기간 동안에는 입덧이 심하지 않아 단축근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9개월까지 출근을 했지만 출퇴근길에 당한 서러운 일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가지 않는 시간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 막판에는 출산휴가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9년간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기도 했었다.
도대체 나는 9년 동안 무엇을 한 걸까. 그동안 이직도 하고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하고 무려 임신도 했지만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 끝에 남은 건 무엇일까. 육아를 하게 되면 자칫 나 자신을 잃을까 봐 두렵기도 했었고 다시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내가 원하던 것은 무엇일까. 한 달 일찍 시작한 출산휴가 기간 동안 고뇌와 번뇌 속에서 아기를 기다렸다.
아기가 태어나고 50여 일이 지난 지금, 출산하기 전 했던 생각들은 아주 깔끔하고 새롭게 정리되었다. 자연분만을 목표로 견뎌냈던 진통 끝에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고 조리원에 있는 기간 동안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생후 1개월인 아기를 돌보며 밤낮없이 육아에 매달리다가 아주 조금은 숨을 고르게 되니 저절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큰 일을 겪으면 달라진다는 말처럼, 이 작고 소중한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나를 위해 더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눈치를 보거나 머리와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일 따위는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장대한 포부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한 아이를 낳고 책임지고 길러보니 내 앞에 또 다른 세상이 열린 것 같다.
어쩌면 나의 발전과 내게 남아있는 날들을 이제는 행복하게 보내게 하려고 저 아이를 내게 보내주셨나 싶다. 집 밖은 아주 흉흉한 요즘이지만 이 집안만큼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내가 저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나 스스로 더욱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