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성숙해진다는 건 얼마만큼의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 것일까
어른이 되면 저절로 삶이 안정될 줄 알았다. 지금의 나의 생활은 불안정이란 단어보다는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 대부분은 양육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내 삶에 대한 고민이다.
육아휴직 중인 나와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남편, 그리고 최근에 이직을 한 여동생까지 모두 30대 언저리를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진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복직을 할 수 있을까, 복직을 한다면 아이를 맡기고 워킹맘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이고, 남편은 더 좋은 회사로 옮기게 되면 커리어 도약을 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당분간 워라밸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고, 여동생은 지금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 기간을 채우고 경력을 살려서 이직을 할지, 지금부터 정규직 자리를 알아볼지 정말이지 끝도 없는 고민들을 하고 있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나만 너무 힘들고 내가 제일 힘들고 회사생활이 괴롭고 서러운 적이 태반이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지금은 행복함이 50배 늘어났다면 힘듬은 100배가 과중되었다. 워낙 입이 짧은 나에게 한 끼의 식사는 바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마치 주유하듯 기계적인 행동이었고, 심지어 먹는 것이 귀찮아서 알약 하나로 배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해왔다. 하지만 아기는 다르다.
안타깝게도 모유수유를 할 수 없기에 분유를 장기간 먹여야 하는데, 분유 종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요즘은 수입 분유들을 또 많이 선호하는지. 모유의 좋은 성분 대신에 분유를 먹여야 하니 좋은 분유를 먹여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또 좋은 분유는 너무 비싸다. 한통에 3~4만 원 하는 분유를 일주일이면 먹어치운다. 혹여나 값싼 분유를 먹이게 되면 오직 분유만 먹는 우리 아기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감도 든다. 어쩌면 분유 회사는 엄마들의 이런 불안함을 이용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스멀스멀 든다.
그래도 아직은 교육에 대해서는 선택과 고민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무궁무진한 육아의 세계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 말에 아이를 키워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이제야 이해가 되는 철없는 나다. 육아로 인한 육체적, 심리적 피로와 스트레스보다는 너무나 많은 선택지에서 중심을 잡고 부모 노릇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이런 글을 쓸 날이 있을까 싶었지만 훗날 이런 고민 따위를 하곤 했던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나의 고민과 갈등의 깊이만큼 우리 아기가 바르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