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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내댁 Jul 29. 2020

인생에 대한 단상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내 인생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아기는 이제 다음 주면 벌써 7개월이 된다. 출산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시간의 속도는 100배로 하루가, 한 달이 금세 흘러버린다. 마음 한구석에는 내년에 다가올 복직과 워킹맘의 삶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나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것 또한 주관적이고 염세적인 평이지만 유독 회사에서 만큼은 억울하고 서러운 일들이 많았다. 그러한 힘든 시간 속에 사회인으로 성장한 나지만 때로는 내가 기회를 걷어차거나 용기 내서 앞으로 나가지 않았거나 못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얽매이고 주저하게 만들었을까.


혹 이 길이 내 길이 아니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는 마음속에 언제 가는 떠나버릴 사람처럼 또 다른 길을 품고 있어서였을까. 어찌 되었든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냉정하게 내가 아닌 누군가를 탓할 순 없다. 아기를 키우고 있자니 여태 달려온 7개월보다 앞으로 7년 이상은 육아와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끌고 가는 인생을 동시에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


누군가는 완벽히 육아와 회사생활을 잘 해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다. 남이 아닌 가족이 붙어서 양육을 도와주지 않는 이상.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슬픈 사실은 어떤 길을 선택해도 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회사로 돌아가는 것보다 배로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글 쓰는 것이 좋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글쓰기와 관련된 것들을 배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에 치어 그대로 시간이 흘러버렸고 지금은 껌딱지가 되어 버린 아기를 두고 가기엔 발길이 안 떨어진다. 그래서 더욱 고파지고 그리워진다. 정말 내 인생에 예술이라는 글자는 없는 것일까. 난 아티스트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그냥 가슴 한 켠의 취미로 이대로 아기 엄마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부슬부슬 오는 비에 내 고민을 하나씩 내려보내고 싶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면 너무 힘든 길은 내 길이 아닌 걸까. 훗날 이 글을 다시 꺼내어볼 때 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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