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못 쓰는 시라도 쓰고 싶은 이유

by 글마루

문학의 꽃은 시와 소설이다. 이건 내 개인적 견해지만 문학에서 시와 소설은 절 입구에 세워진 당간지주처럼 문학의 큰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작가와 독자의 상상력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갈래여서다. 나는 막연하게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이문열의 <변경>이라는 자전적 대하소설을 읽고 주인공 인철이에게 감정이입과 동일시를 많이 겪고서였다. 그렇지만 나는 현재까지 한 작품의 제목이나 주제, 인물 설정, 시놉시스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소설은 언제나 "~하고 싶다."의 미래형에서 멈출지 모른다.


소설 다음으로 시인을 꿈꿨다. 내가 시적 자질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현재는 포기 상태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시를 흠모한다. 또한 시인을 흠모한다. 김수영 시를 읽으면 내가 풀이 되고, 백석 시를 읽으면 내가 나타샤가 되는 상상을 한다. 시를 읽고 마음의 그림(심상)은 잘 그리지만 내 수준은 여전히 독자에서 머문다. 시를 쓰고 싶어 습작으로 써서 보관했는데 몇 년이 지나서 읽어도 스스로가 쓴 글이 가소롭다. 겸손이 아니라 시를 못 쓰는 나도 그 구분은 할 줄 알기 때문이다.


작년에 저명한 안도현 시인과 선후배들이 주최하는 '동시 쓰기'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시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공부하면서 시를 보면 "그래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감탄하며 나도 곧 멋진 시 한 편을 써낼 것처럼 의욕이 충만했다. 시를 읽고 영감(?)을 받아 긁적긁적 나도 시 비슷한 것을 그려봤다. 쓸 때는 나도 한 작품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읽고 나면 뭐가 뭔지 도통 정체가 모호했다. '가을'을 주제로 한 줄 쓰기 과제를 안도현 시인님이 내줬는데 나는 잘 쓸 것 같다는 칭찬을 받았음에도 딱 한 줄, 거기까지였다.


학창 시절 우리는 '직접 교수법'으로 시를 접했다. 교사가 텍스트를 읽어보라고 하고 간단하게 그 느낌을 묻긴 했지만, 학습자가 시를 읽고 느낀 점보다 반영론적 관점에서 시가 쓰인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배경을 설명하고 시어의 의미를 분석한 것을 외우는 데 그치는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잘해야 시를 달달 외워서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의 시는 민족 저항과 자기 성찰을, 청록파의 시는 자연주의에 입각한 서정시라는 정해진 답을 수용하는 입장이었기에 시가 주는 심미적 기능과 효용론, 표현론에 대해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교육과정이 수없이 개정되고 과정중심교육과정에 가치를 두는 현재도 '시'는 내신 점수와 수능을 잘 보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왜 가치 있고 필요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좋아하는 시 한 편 있는지 물어보면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시'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저 '글을 짧게 쓰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소설이나 수필보다 훨씬 짧은 글인 시 한 편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건 그 짧은 글 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흔히 쓰는 부사나 형용사로는 시의 맛을 살리기 어렵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영감'보다 '노력'이라고 하지만 개인적 입장에서 '시'는 감각을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한다고 본다. 그 타고난 감각에 노력이 더해졌을 때 누군가의 감성을 톡톡 건드리고 감동까지 줄 수 있다고 본다.


오늘 마부자 작가님의 '초보'라는 단어에 대한 글을 읽고 '초보'에 대해 공감하고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작가님의 글처럼 나도 어느 분야에서든 '초보'이다. 또한 '초보'이기에 완벽하지 않고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안을 할 수 있다. 원래 인간은 완전할 수도 완벽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초보'라는 단어는 '초심'과도 관련이 깊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일류 작가라고 할 수 없듯, 일류 작가라는 기준 또한 모호하지만, 원래부터 일류 작가를 지향한 게 아니라 내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의미로 글을 올리게 되었기에 시도 쓰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알맹이가 부실해서 서설이 길다. 학문도, 글도, 삶도 늘 초보처럼 어설프지만 '초심'은 변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다짐을 받는다. 말을 많이 하면 수다가 되지만, 글을 많이 쓰면 글밥이 풍성해지고 마음의 공간도 한결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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