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안자열전 管仲·晏子列傳

상대에 대한 믿음과 내면의 떳떳함

by 글마루

관중(관자)은 제나라의 명 재상으로 40여 년간 제나라를 위해 일한다. 친구와의 우정을 비유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한 사람이다. 관중의 집은 매우 가난했는데 훗날 성인이 되어 친구인 포숙(포숙아)이 왕에게 천거하여 관중은 책사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늘 포숙의 고마움에 대해 잊지 않았는데 관중에 위기에 처했을 때도 포숙은 언제나 관중의 편이 되어 지지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전해진 유명한 말이 있는데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라는 말로 친구지간에 깊은 믿음이 있었다. 포숙아만 관중의 인물됨을 알아본 것이 아니라 관중 역시 포숙아의 곧은 마음을 알고 제환공에게 간신배를 멀리할 것을 간언 하지만 관중 사후 그 말을 따르지 않아 포숙은 화병으로 죽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준다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진대 관중과 포숙아의 경우는 누가 더 훌륭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진솔하고 의롭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먼저 상대를 믿기보다 상대가 나를 믿어주면 나도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엔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의심이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한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에는 아버지가 지지하고 믿어주었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친한 친구가 나를 믿어주었다. 그 믿음이라는 것이 조건이 있는 게 아닌 무조건적이라고 할 만큼 둘 사이의 우정은 남다른 끈끈함이 있었다. 특히나 내가 가정적으로 큰 위기를 겪어 혼자 사막에 내팽개쳐진 절망과 허무함으로 뒤엉킨 삶을 살 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끝까지 용기를 준 친구가 있어 지금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가까운 가족들조차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때 단 하나 나를 알아주는 친구 덕분에 나는 용기를 얻어 나를 지킬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의 믿음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관포지교(管鮑之交)'를 통해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시간이다.


안자(晏子)의 이름은 영(嬰)으로서 제나라 출신으로 춘추 시대 때 제나라에서 영공, 장공, 경공 3대 군주를 보좌하였다. 그는 재상을 지냈지만 매우 청빈한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나라 군주 장공이 매우 호색한인지라 신하인 대부 최저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절세미인을 것을 보고 그녀를 취한다.


최저는 모략을 꾸며 장공을 집으로 유인하고 부하들을 시켜 장공을 포위해 죽여버린다. 조정 대신들이 그 소식을 듣고 두문불출했으나, 안영은 최저의 집으로 달려가 "군주가 나랏일로 죽었다면 신하 또한 충성을 다해 죽겠지만, 군주가 사사로운 욕심으로 죽었다면 사랑받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장례 지낼 수 없지 않은가?"라고 하자 최저가 문을 열어주었고 장공을 애도한다.


그때 최저의 부하들이 안영도 없애버릴 것을 제안했으나, 최저는 안영이 세상의 인심을 얻고 있는 사람이라며 죽이지 않는다. 정권을 잡은 최저는 장공의 동생을 군주의 자리에 앉히고 신하들을 한 명씩 불러내 충성 서약을 받았는데 오직 안영만이 꼿꼿한 자세로 당당하게 행동해 최저와 경공도 그의 인품에 감탄해 안영을 상국(재상)으로 등용해 나라를 맡겼다.


월석보라는 사람이 죄를 지어 구금당했을 때 안영이 속죄금을 바치고 그를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는데 월석보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자 나중에 월서보가 절교를 청했다. 자신을 구해준 것은 알아주었기 때문이지만 예의로써 대하지 않았기에 갇혀 있는 것만 못하다는 말을 한다. 안영이 그를 상빈으로 모셨다.


집안의 마부 또한 지나치게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고 아내가 조언을 하자 겸손하게 되었는데 마부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된 안영이 그를 군주에게 추천해 대부(大夫)의 벼슬에 오르게 하였다. 이에 태사공(사마천)은 안영의 용기와 당당함, 다른 이에 대한 믿음을 높이 평가하고 안영이 살아있다면 기꺼이 그의 마부가 되겠다고 했다.


안영은 재상이라는 높은 벼슬에 있으면서도 다른 이의 말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며 수용했으며 집에서 부리는 마부에게도 벼슬 자리를 천거할 정도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면서도 불의에는 굴하지 않고 충간할 적에는 그 뜻을 굽히지 않았으니 정치인으로서 청렴결백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이 부끄러움이 없기에 어떤 권력에도 당당할 수 있었는데 현재의 정치인들이 이 부분은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일단 권력을 잡고 보자는 욕구만 앞서 유권자에게 그럴듯하게 듣기 좋은 말로 표심 얻을 궁리에만 천착할 게 아니라, 누가 봐도 내면의 진심이 드러나도록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기본이 바로 서야 나머지도 견고하듯 그 기본은 바로 내면의 떳떳함일 것이다. 과연 사마천이 기꺼이 그의 마부가 되겠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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