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이름은 무(武)로서 제나라 사람이고 병법에 매우 뛰어나 오왕 합려의 초빙을 받았다. 합려는 월왕 구천과의 일화로도 유명하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유래가 되는데 이 이야기는 따로 다루도록 한다. 합려는 오나라를 전성기로 이끌기도 했고 쇠퇴기로 이끌기도 한 장본인이다.
손무의 병서 13권을 읽어본 합려가 실제로 군대를 훈련시켜 볼 것을 제안하고 손무는 합려의 두 총희(寵姬)를 각각 대장으로 삼아 군기를 세우고자 하지만 여자들이 군령을 따르지 않고 웃기만 하자 두 후궁을 참수한다. 그 후 궁녀들은 비로소 군령대로 따랐고 손자의 뛰어남을 인정한 합려가 장군으로 등용해 손자는 오나라에 크게 기여한다.
손무가 죽고 백 년이 지나 손빈(孫臏)이라는 후손이 태어나는데 어릴 적부터 방연(龐涓)과 함께 병법을 배웠다. 방연이 먼저 위나라에서 관직을 얻었는데 어릴 때부터 손빈을 시기한 방연이 속임수로 손빈을 위나라에 초청한 후 손빈이 자기보다 뛰어난 것을 확인하고 계략으로 손빈에게 첩자라는 누명을 씌워 손빈은 양쪽 다리를 잘리는 형벌에 처한다.
손빈은 전기(田忌)라는 장군의 집에 머물며 도박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돼 귀띔으로 전기가 도박에서 큰돈을 따게 해 준다. 손빈의 능력에 반한 전기가 제나라 위왕에게 추천하고 손빈은 군사(軍師)로 임명된다. 손빈의 전략으로 위나라 군대를 크게 무찌른다.
13년 후, 위나라가 조나라와 손을 잡고 한나라를 공격하는데 한나라의 구원 요청을 받은 제나라는 전기를 장군으로 손빈을 군사로 삼아 한나라 구원에 나선다. 강한 위나라 군대에 맞서기 위해 손빈은 아궁이 숫자를 줄이는 계략으로 방연을 유인하고 매복한 병사들에 의해 포위되자 스스로 자결한다. 두 다리를 잘리는 가혹한 형을 당하고도 살아남아 치욕을 안겨준 방연에게 원수를 갚는다.
손빈의 이름은 그냥 빈이 아니라 '앉은뱅이 빈(臏)'을 썼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손빈이 살아남기 위해 돼지우리에서 미친 척하기도 했다는데 친구이던 방연의 '시기 질투'가 미치는 악행이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중세까지는 잔혹한 형벌이 많았는데 악의 끝이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할 만큼 잔인하다. 다리를 자르는 형벌은 인간으로서 어떤 구실도 할 수 없게 만들 만큼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지게 한다. 훗날 유방의 황후인 여태후도 애첩 척희의 두 눈을 뽑고 두 다리를 자른 후 돼지우리에 던져 넣었다는 걸로 봐서 시기하는 마음이 잔인함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손무가 썼다고도 하고 손자인 손빈이 썼다고도 하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문헌은 손무가 맞다고 한다. 전쟁이란 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죽는 피해자만 남은 싸움이다. 그럼에도 인류의 역사는 전쟁으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다고 할 만큼 전쟁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였다. 지기 싫어하는 마음,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쳐야만 하는 불합리한 구조에서 피해 보는 건 힘없는 백성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벌어진 전쟁은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 승리하든 패배하든 어느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만 하는 이분법적인 구조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병법서이지만 전쟁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자가 생각한 최상의 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싸울 수밖에 없다면 미리 이기고 싸우는 것'이라고 하니 전쟁이 벌어졌을 때의 피해를 미리 경계했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이기는 쪽도 진 쪽도 서로 피해를 입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춘추전국시대에 서로가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계속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졌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은 그런 시대 상황 속에서 백성들의 피해와 희생을 최소화한 방법론을 제시한 걸로 보아 이는 단순히 병법서이기 전에 정치를 위한 철학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 이것이 국가 간에만 적용하는 책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다툼보다는 대화로 풀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관계는 없을 것이다. 대화로써 풀지 못할 게 무언가. 욕심 때문에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다 보니 단절이 생기는 것이다.
대선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대선도 네거티브로 일관했고, 우리나라 정치 역시 정책보다는 네거티브로 일관된 양상을 보여준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비방만 일삼는 정치인을 보고 우리 학생들은 무얼 배울 것인가. 일반인보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이들은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서 목표는 오직 권력을 향해 있는 것 같다.
중국 전국시대 수많은 제후가 패권을 다투기 위해 전쟁을 일삼는 모습이나 '대통령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오직 권력만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정치인을 바라보니 한 편의 코미디극을 보는 것만 같다. 그들이 말한 대로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