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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글마루

이상으로 '아버지와의 시간' 연재를 모두 마칩니다. 최근에 쓴 글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회상하며 보물처럼 글밥을 모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무'로 돌아가 아무것도 없다고 나름 정의 내린 내가 모순적이게도 아버지가 늘 나를 내려다보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쉰 너머의 세월을 사는 동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도 슬프고 참혹한 일도 많았습니다. 한때는 왜 내게만 안 좋은 일이 생기는지 믿지도 않는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운명이라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삶의 고비가 있겠지만 저 역시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끼며 자포자기하려던 순간 해처럼 달처럼 별처럼 나를 비추는 게 있었으니 바로 아버지의 미소와 온기입니다.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한 못난 가장이었다고 평가받았지만 제 뻥 뚫린 가슴을 채워주고 어루만져 주신 건 바로 아버지입니다. 자아와 세계와의 갈등에서 꼬리 내린 나를 보신다면 무척 속상해할 아버지를 떠올리며 주먹을 꼭 쥐었습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하느님이 형벌을 내린 거라 여기며 나는 원래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자조와 자학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뒤늦게 시작한 공부가 나를 바로 세워줬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삶에 대한 기준이 더욱 확고해졌고 마지막 죽는 순간에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취미로 글쓰기를 하면서 저는 제 내면의 너덜너덜한 상처를 잘라내기도 하고 바로잡아 다시 바느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더기 같던 내면도 재탄생해 컴컴한 내면의 동굴이 점점 환하게 밝아옴을 느낍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자 따뜻함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제게 해주신 칭찬과 격려의 말씀,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이 제가 세상과 단절하지 않는 끈을 이어줬습니다.


글쓰기가 단순히 추억만 회상하고 문장력이 느는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되고 글을 퇴고하듯 마음에도 여러 번 맑은 물로 헹궈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현재가 제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맑은 눈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니 주변에 좋은 분들이 머물고 그럼으로써 하루하루에 더욱 감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 작가님이 그러더군요. 글을 써서 대단한 작가가 되기보다 글을 쓰는 과정이 즐겁고 흥미롭다고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타고난 글재주가 있는 게 아닌지라 묘사와 표현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은 제 삶에서 군더더기를 벗겨내고 진정한 알맹이를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살아보니 행복은 멀리 있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은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찰나의 순간에 다가옵니다. 그 순간이 가치 있도록 앞으로도 저를 위로하고 보듬을 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저만의 옷장을 정리하듯 칸칸이 각각의 서랍 속에 저의 삶과 생각을 재구성해 정리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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