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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모든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자 하는 여정

폴란드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주부의 한국 복귀를 귀임 준비.

by 김빵순 Mar 14. 2025


2주 간의 딸아이의 겨울 방학이 끝났다.

지각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딸아이 덕분에, 그리고 교통체증 덕분에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7시 20분에 모든 것을 싣고 차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바깥 풍경이 새삼 달랐다. 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밖은 환했고, 가로등은 모두 꺼져있었다.

그랬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방학 직전만 해도 달을 보며 학교 갔다가 어둠을 뚫고(오후 4시 전에 하교) 집에 왔었는데, 일출 시간이 앞당겨진 것이다.


가슴 한편이 살짝 시렸다.


나는 누구보다도 유럽의 해를 좋아한다. 내리쬐는 노란 해를 받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해가 길어지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구도심 광장의 카페들이 야외 테라스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설레었다.

공원에서 햇볕을 받고 눈부신 초록빛깔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유럽에 살고 있는 자체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그런데 오늘은 가슴이 시렸다.


내가 사랑하는 이곳을 떠나야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남편과 한국에서 살 동네를 정하고, 아이 한국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막연한 감정을 느꼈는데,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비로소 현실로 느꼈다.


4년 차 폴란드 생활. 모든 것이 다 익숙하다. 새로운 것도 없고, 신선한 것도 없다.

하지만 오늘 아침 햇빛을 받으며 폴란드에서 내 삶의 유한함을 느끼며, 다짐했다.

남은 1년도 안 되는 이 시간을 현지 거주인으로서가 아닌, 처음 왔을 때 내가 가졌던 호기심과 기대 어린 눈으로 다시 한번 관찰해 보겠다고.


그 여정을 이곳에 천천히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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