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는 어린 시절에는 막연히 고향을 벗어나고 싶었다. 철이 들고서는 도시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구체화 되었다. 느리게 흐르는 시골의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자신도 함께 도태되어 가는 것 같았다. Y는 불철주야 학업에 매진했고,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던 날 Y의 어머니는 텃밭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반찬과 소고기미역국으로 아침 밥상을 차렸다. 엄마 밥을 매일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도시에서 바쁘게 적응하다 보니 그마저도 금새 잊혀져 갔다.
Y는 남 부럽지 않게 성공하고 싶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가는 길에 올라서 누구보다 빨리 어딘가에 도달하고 싶을 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한 후에도 Y는 멈추지 않았다.
Y의 유일한 낙은 도시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진귀한 음식들을 먹는 것이었다. 도시에는 온갖 산해진미를 새로 만난 친구들과 먹으러 다녔다. 그 사이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의 택배는 썩어갔다.
남들보다 더 빨리 성공하려는 작은 욕심과 욕망이 Y를 가득 채웠고, 어느 날부터 Y의 옆에는 친구 대신 경쟁자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Y는 외로움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야근을 자처하고 주말 출근을 당연히 하며 정크푸드로 허기를 달랬다. 고향 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았고, 어릴 적 친구들은 더 이상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Y의 유일한 낙은 일요일 저녁 혼자 찾는 고급레스토랑의 저녁이었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그와 저녁을 먹고 싶어 하는 후배 직원이나 상사들이 있었지만, 그 들이 원하는 건 그의 업무능력과 그가 가진 인맥이었다. 그들과 공허한 웃음을 교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견디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Y는 그런 관계마저 단절하고 오롯이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Y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식당에서 미각을 잃은 것을 깨달았다. 삶의 유일한 낙이 사라졌다. 몇 달 동안 미친 듯이 산해진미를 찾아 다녔지만 잃어버린 미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도시에 머무를 이유가 사라진 Y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드렁크 하나에 도시의 시간을 담고 돌아온 아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언가에 지친 지도 모르는 Y는 퉁명한 목소리로 휴가 온 거라고 곧 돌아갈 거라는 말을 던지고 집으로 들어섰다.
일 년후, 그는 미각을 되찾았지만 고향에 남았다. 엄마는 아들의 휴가가 끝나는 것도 두렵고, 끝나지 않는 것도 염려가 되었지만, 함께 있는 오늘을 위해 소고기 미역국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