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의 병환보다 염려스러운 건
남겨질 병원비
시야를 흐리게 하는 노안보다 갑갑한 건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의 노후.
눈치 없이 돌아오는 생일보다 답답한 건
염치없이 불어나는 마이너스 통장 잔고
연봉 동결보다 익숙한 건
주책없이 상승하는 물가와 학원비
못난 임원 앞에서는 눈치를,
잘난 후배들 옆에서 염치를 챙겨도
애매한 자리에 놓인 나의 너저분한 책상.
진상 손님보다 반갑지 않은 건
건물주의 논점이 없는 안부 전화
알람보다 심장을 놀라게 하는 건
경쾌한 민원인의 발자국 소리
무엇보다 가장 공포스러운 건
이 모든 걸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