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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Jul 31. 2024

깊은 산속 옹달샘

깊은 산속에 맑은 옹달샘 하나가 있었어.


샘 안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잎이 무성한 나무 위에는 새들이 지저귀며

숲을 지나기던 어미 사슴과 새끼는 옹달샘에서 쉬어갔지.


샘 안의 큰 물고기가 하나가 샘이 비좁고 먹이가 부족하지 않냐고 물었어.

동조하는 큰 물고기들과 약한 물고기들을 쫓아내기로 결정했어.

샘을 벗어날 수 없었던 작은 물고기들은 샘 안에서 죽고 말았어.


작은 물고기들이 죽기 시작하자 큰 물고기는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그저 모든 걸 독차지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어. 

막상 함께 지내던 물고기들이 죽고 나니 자기변명과 위안이 필요했어.

작은 물고기들은 그저 도태된 것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속삭였어.


옹달샘은 넓어졌고 먹이도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금세 다시 좁게 느껴졌어.

이제는 선동하는 물고기가 없어도 싸움은 일상이 되었어.

작은 물고기가 계속해서 죽어도 어쩐지 샘은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았어.


싸움이 멈추었을 때 살아남은 물고기는 단 한 마리였어.

옹달샘에는 더 이상 사슴이 찾아오지 않고, 새들도 떠나버렸어.

시체로 가득한 샘에는 더 이상 빛이 들어오지 않았고, 

썩은 물이 고인 샘 안에서 숨조차 쉬기도 힘들었어.


모든 걸 독차지한 물고기는 스스로 목숨을 끓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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