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23일, 부천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박 씨는 모처럼 찾아온 휴무일 새벽, 평소와 다름없이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은 산이 아닌 인천의 한 아파트였고, 약 6시간 후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는 70대의 노인을 몽둥이로 살해합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박 씨는 범행 직후 인근의 성당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마친 뒤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자수합니다.
그런데 그의 범행 동기에 관한 진술이 의문을 자아냅니다.
“역사를 향한 최소한의 양심이었습니다. 정의는 살아 있습니다!”
버스기사 박 씨에 의해 살해당한 노인 안 씨는 어쩌면 자신의 비참한 죽음을 그날 이후부터 예상했는지도 모릅니다. 무려 47년간 십여 여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추적했기 때문인데요.
버스기사 박 씨에게 노인의 거처를 알려준 권 씨는 이미 십 수년 전 회사까지 그만두고 안노인 추격에 인생을 걸었던 인물입니다. 도대체 권 씨와 박 씨는 어떤 원한이 가슴에 쌓여 있었던 것일까요? 이 사건의 출발점은 1949년 경교장에서 시작됩니다.
경교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 머물던 곳입니다. 이곳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가 지은 광산업자 최창학의 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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