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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02. 2024

자전거를 탑니다.

아침의 저는 

분 단위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8시 10분에 지하철을 타야지만

30분까지 출근할 수 있거든요.


7시 47분에 집에서 나와서

7시 52분에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7시 58분에 유치원 문 앞에서

인사를 하고 

8시 2분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

미친 듯이 달려갑니다.

3분 만에 300미터가량을

미친 듯이 뛰다 보면

원래도 체력이 부족한데

아침부터 기진맥진해집니다.

이 모든 코스를 성공하면

8시 9분에 지하철 승강장에 도착해서

8시 10분에 지하철을 탑니다.


그런데 요새는

자꾸만 실패를 합니다.

피곤한 아이는 집에서 늦게 나옵니다.

1분 늦게 나오면 모든 게 조금씩 

늦어집니다.


뛰기엔 이미 한 참 

늦어져 어떻게 하나

발을 동동 구르던 어느 날,

우연히 자전거를 타게 됐습니다.


페달을 밟자마자

슝- 하고 밀려나가는 자전거,

산들산들한 바람이

두 뺨을 스치고

이마엔 약간 송글, 땀방울이

맺히는 그 기분이 좋았습니다.


4분 정도 타고 990원을 내는 게

아깝다면 아깝지만

전 아깝지가 않고

오히려 힐링이 되더라고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5월의 아침을 맞이하는 게

꽤나 큰 힐링이었습니다.


(문제는 원하는 장소에

자전거가 없을 때는 낭패이지만요.)


그래서 저는 요새 자전거를 탑니다.

일레클, 에브리바이크, 지쿠, 카카오바이크

등등 일단 눈에 보이는 대로

가리지 않고 탑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 시간을 조금, 아주 조오오금

여유 있게 씁니다.

47분에 나올 것을 

52분에 나오기도 합니다.

그 5분이, 아이와 저에겐

크거든요. 





내일은 월요일이죠?

아이가 유치원 가기를 

제일 싫어하는 날입니다.

엄마가 출근이 빨라

매일 유치원 1등으로 가는

딸을 위해

내일도 저는 자전거를 타려고요.


990원으로 5분을 살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은 여유 있게 갈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것이니까요.  

 



사진: UnsplashAlejandro Lop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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