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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Nov 11. 2024

우리는 점심에 만나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나눈다. 밤새 고민한 흔적을 정리해 전달하면, 이야기를 받는 그들은 내 말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여 준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시간을 쪼개어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마음이 있다면 아주 적은 시간이라도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긴 시간을 함께 한다 하더라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면, 통하는 마음이 없다며 사실상 아무것도 나누지 못한다. 분명히 그렇다.


난 글쓰기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

그런 내가 엄선한 나의 제자들은 역시나 제각각의 글을 써 내려가는 이미 그 자체로 작가인 사람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만나서 서로의 글에 감탄하고, 조언하며 시간을 보낸다. 난, 그런 시간 역시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네들과의 만남이 설레고 기쁘다.


실로 2학기를 이끌어갈 원동력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긴 하지만 무엇을 위해 보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가끔은 허무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책 만들기 프로젝트는 숨 쉴 구멍을 주었다. 사실, 몸은 힘들다. 새벽녘에 잠을 깨 글을 쓰고, 편집을 하기에. 출퇴근 길에 짬짬이 글을 읽기에. 그럼에도 즐거운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 그래서, 정말 바쁜 틈바구니 아래서 아이들과 약속을 잡고, 카톡으로 과제를 주고 편집을 하는 그 일이 나는, 요새 가장 즐겁다.


오늘도 아주 잠깐 아이들을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아이들을 기다리며 나는 가만히 앉아 우리의 원고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서툴지만 꼭 한 번 세상에 내보내고 싶은 글들이 모이니 벌써 100페이지가 넘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산을 더 받는 것인데 아쉽다.


”낭만에 대해 쓸까요? “

“서로의 글을 읽고 난 소감을 써 볼까요?”

“저 긴 글 한 편이랑 짧은 글 한 편 정도를 썼는데, 이것도 같이 올려도 될까요?”


하며 너무나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는 녀석들 덕분에 난 힘들어도 힘을 내본다.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잠을 깨어 글을 정리한다.




오늘도 자정이 넘어가면

나는, 노트북을 켜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틀고

차분히 마음을 모아

글을 쓸 것이다.


그 글이 모여, 우리의 책이 완성될 때까지.

그렇게 꾸준히.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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